[단독]사후면세점 ‘Duty Free’ 간판 못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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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량점포 대대적 정비 착수

정부가 한류(韓流)관광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불량 사후(事後)면세점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했다. 우선 ‘무관세(Duty free)’ 등 일반 면세점으로 오인될 수 있는 간판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하고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후면세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등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27일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개별소비세 특례규정 고시’를 개정해 사후면세점 명칭에 대한 규정을 정하고 이를 관보에 게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 대상 매장에서 면세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관광객을 기만하는 영업행위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면세점에 대한 표기를 명확히 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인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명문화했다”고 말했다.

바뀐 고시에 따라 앞으로 ‘무관세(Duty Free)’ 또는 ‘면세(Tax Free)’라는 표현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관세청의 허가를 받은 사전면세점만 쓸 수 있게 됐다. 사후면세점은 세금 환급이라는 뜻의 영문인 ‘Tax Refund’만 사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사후면세점은 ‘Tax Refund’라는 표현을 쓰라고 규정했을 뿐 특정 표현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었다.

국내의 면세점은 사전면세점과 사후면세점으로 구분된다. 사전면세점은 해외로 출국하는 내·외국인을 상대로 영업하기 때문에 물건값에 관세, 부가세 등의 세금을 붙이지 않는다. 반면 사후면세점은 일단 판매상품에 정상적으로 세금을 매긴 뒤 3만 원 이상 물건을 구매한 외국인이 공항 등에서 환급 신청을 하면 부가세와 개별소비세를 돌려준다. 사전면세점과 달리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고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적으로 약 7600곳의 사후면세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사후면세점이 ‘Duty free’ 등의 간판을 내걸고 사전면세점 행세를 하며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등 악덕 영업을 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지역의 일부 사후면세점에서는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생소한 브랜드의 화장품, 건강식품 등을 수십만 원에 판매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자주 들르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차이나타운 일대를 비롯해 신촌, 명동, 종로 등에 이런 매장들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매장은 한국인 손님은 출입을 아예 금지시키고 외국인만 상대로 물건을 파는 경우가 많다. ‘면세점’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지만 시중에서 1000원 안팎인 마스크팩을 1만 원 넘게 받거나 일반 화장품 가게에서는 찾기도 힘든 로션 등의 제품을 수십만 원에 팔기도 한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을 받는 홍삼 진액 제품 역시 정관장, 한삼인 등 유명 브랜드와 거리가 먼 정체불명의 제품인 경우가 많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건값의 50%에 가까운 리베이트를 받는 대가로 단체관광객을 이런 사후면세점에 유인하는 여행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우선 이번에 바뀐 규정을 전국 사후면세점에 통보하고 간판 정비를 독려하기로 했다. 규정을 어기고 면세점으로 오인할 수 있는 간판을 계속 내거는 매장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세범처벌법 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또 악덕 영업이 의심되는 사후면세점의 부가세 신고·납부를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경우 세금 신고에 대한 사후 검증은 물론이고 세무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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