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비타민이 노화 지연? …‘이런 사람’ 아니라면 굳이 먹을 필요 없다[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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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년 3월 11일 14시 45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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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비타민 보충제를 매일 복용하면 일부 생물학적 노화 지표가 느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매우 작고 실제 건강이나 수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직 불확실하다며 결과를 과장해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T.H. 챈 공중보건대학원과 하버드 의대 계열 브리검·여성 병원 연구진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종합비타민을 매일 복용한 그룹에서 생물학적 노화 지표 일부가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Medicine’에 9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 연구 주요 내용

연구는 평균 연령 70세인 고령층 95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종합비타민·코코아 추출물’ ‘종합비타민·위약’ ‘위약·코코아 추출물’ ‘위약·위약’ 그룹에 무작위 배정돼 2년 동안 매일 복용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혈액 표본을 연구 시작 시점·1년 후·2년 후 3번 채취했다. 이후 혈액을 분석해 DNA 메틸화 변화를 기반으로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추정하는 ‘후성유전학 시계’ 5개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종합비타민을 복용한 참가자들은 2개의 지표에서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느려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2년 동안 약 4개월 정도 노화가 덜 진행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코아 추출물은 다섯 가지 후성유전학 시계 가운데 어느 지표에서도 노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가 활용한 ‘COSMOS 임상시험(COcoa Supplement and Multivitamin Outcomes Study)’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비와 함께 초콜릿 제조업체 마스(Mars)의 연구 부문 Mars Edge, 종합비타민 제조사 화이자 컨슈머 헬스케어(현재 Haleon)의 지원을 받았다. 다만 논문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연구 설계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인 하워드 세소 보리 검·여성 병원 예방의학 전문의는 “종합비타민이 생물학적 노화 지표와 연관된 긍정적 변화를 보인 것은 흥미로운 결과”라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고무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아직 모든 고령자에게 매일 종합비타민 복용을 권장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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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효과는 매우 작고 의미는 아직 불확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흥미로운 결과이긴 하지만 실제 건강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학술지에 함께 게재된 논평을 작성한 컬럼비아대학교 공중보건대학의 역학자 다이넬 벨스키 교수와 진화생물학자 칼렌 라이언 연구원은 “종합비타민이 후성유전학 시계 수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이것이 실제로 수명을 늘리거나 질병 위험을 줄이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노화를 측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후성유전학 시계는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추정하는 연구 지표로 널리 사용되지만, 아직 실제 수명이나 질병 위험을 직접적으로 예측하는 임상 지표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두 연구자는 또한 설령 종합비타민이 후성유전학 시계에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그것이 질병 위험 감소나 생존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다며 “노화 시계의 변화가 관찰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개입(종합비타민 복용)이 건강 수명을 늘렸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건강한 장수 연구의 선도자 중 한 명인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루이지 폰타나 교수는 “연구에서 관찰된 변화는 매우 작은 수준”이라며 “후성유전학 시계가 실제 건강이나 수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라고 호주 ABC뉴스에 말했다.

실제로 종합비타민의 건강 효과를 둘러싼 연구 결과는 엇갈린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지 기능 개선이나 특정 질환 위험 감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또 다른 대규모 연구에서는 종합비타민이 수명을 늘리지 못한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이번 연구가 약 70세 전후의 건강한 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중증 만성질환, 암,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제외됐다. 연구진 역시 다른 연령대나 다양한 인종·건강 상태의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비타민보다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이 먼저”

전문가들은 종합비타민보다 기본적인 식단과 생활 습관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화학생물학자 마르코 디 안토니오 교수는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이 생물학적 나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생활 습관이 좋지 않다면 종합비타민만으로는 노화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는 없다”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교의 예방의학자 마리아 필라르 과야르 카스티욘 교수는 “종합비타민이 주요 질병이나 사망 위험을 줄였다는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이 가장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종합비타민, 먹어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종합비타민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조언이다.

다만 식단이 불균형하거나 특정 영양소 결핍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 후 비타민 보충제를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과다복용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 B6를 과다 복용하면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노화를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따로 있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 절주 같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강 전략이라는 것이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dx.doi.org/10.1038/s41591-026-04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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