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생아, 고향 제주 귤 먹었니…김정은 방문시 편지 전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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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2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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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귤 전달 소식에 100세 이산가족 적극 교류 기대

청와대가 제주 귤을 평양에 보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한라산 방문 가능성에 불씨가 지펴지자 이산가족 강정옥 할머니(100·제주 애월)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제주산 귤이 북한으로 건너간 소식을 전해들은 강 할머니는 북에 있는 여동생 강정화씨(85)에게도 고향의 귤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랐다.

강 할머니는 지난 8월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남측 참가자 중 최고령자다.

70년 만에 만남을 가진 뒤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진 강 할머니는 동생과 찍은 사진을 매일 들여다보며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딸 조영자씨(65)는 “어머니께서 금방이라도 동생이 집에 올 것 같다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골목 앞을 서성이곤 하신다”며 강 할머니의 그리움이 얼마나 큰 지를 설명했다.

지난 상봉행사에는 음식물을 가져갈 수 없어 의약품과 생필품, 겨울옷 정도만 전달하고 왔다는 강 할머니는 이번 감귤 계기로 이산가족들의 손편지도 전달될 수 있진 않을까 기대감을 내비쳤다.

딸 조씨는 “어머니는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측 동생에게 어떻게 하면 소식이 닿을 수 있을까만 항상 생각하고 계신다”며 “귤을 보낸 것처럼 동생에게 쓴 편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신다”고 전했다.

조씨는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편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한라산에 오게 되면 그쪽 인편을 통해서라도 꼭 어머니의 편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쓴 편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동생을 향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났다.

“사진도 찌근거이(찍은거) 맨날 밤저(봤다). 울어질대도 막있저(울어질 때도 많았다). 제주도에 고치(같이) 왓시민이(왔으면) 잘도 졸건디(무척 좋을텐데) 막 섭섭허다. 나 다시 또 가시민(가면) 조켜마는(좋겠지만) 나이가 하브난(많아서) 느가(너가) 오는 것이 조켜(좋을 것 같다).”

“봉성에 느영(너랑) 감저(고구마) 파난(심은) 바띠도(밭에도) 강보게(가보게). 꼭 오라이(와라) 하영(많이) 아나주켜(않아줄게). 살집은 우리 밧끄래(바깥채) 살당(살다가) 가도 된다. 비행기표영(비행기표랑) 나가(내가) 다 허여주켜(해줄게).”

강 할머니와 딸 조씨는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강조하며 당장 만남이 아니더라도 편지만이라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랐다.

조씨는 “개별적으로 전달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그리고 제주를 방문하는 북측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꼭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글씨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말을 편지로 옮겨서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할머니는 “정화야, 보고싶다. 내 목소리가 작으난(작으니까) 안들리지. 시간이 급하다. 또 보고싶다”며 동생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1948년 돈 벌러 방직공장에 간다며 제주에서 육지로 떠난 열다섯살 정화씨는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겼으며, 70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생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제주에 생존하고 있는 이산가족은 강 할머니와 둘째 동생 강순여씨(82)를 비롯해 총 548명(2018년 9월 기준)이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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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옥 할머니(100·제주 애월)가 북에 있는 동생 강정화씨(85)에게 쓴 편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동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다. 뉴스1DB © News1

강정옥 할머니(100·제주 애월)가 북에 있는 동생 강정화씨(85)에게 쓴 편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동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다. 뉴스1DB © News1

강정옥 할머니(100)가 북에 있는 동생 강정화씨(85)에게 쓴 편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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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8월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남측 강정옥(100) 할머니가 북측의 동생 강정화(85)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2018.8.24/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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