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발 장착한 막내 vs 거미손을 가진 맏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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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크로아 15일 밤 결승전

“그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다. 우리는 계속 그것을 갈고닦아야 한다.”

최고의 무대,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프랑스 주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32)는 팀 동료 킬리안 음바페(20)를 이처럼 평가했다. 같은 ‘뢰블레 군단’의 폴 포그바(25)도 칭찬 행렬에 합류했다. 포그바는 “음바페는 나보다 더 성숙하다. 그는 배울 것이고 성장할 것이다. 그는 젊다. 그는 더 많은 경험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의 주축 플레이어들이 입을 모아 이처럼 ‘막내 띄우기’에 나선 건 음바페의 활약이 곧 결승전 승리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바페는 명실상부한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평가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는 2득점으로 팀의 4-3 승리를 이끌며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에서 10대에 멀티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최고속도 시속 32km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화려한 발재간은 자신이 우상으로 꼽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벨기에와의 준결승에서는 경기 막판 리드 상황에서 불필요한 경기 지연 플레이를 펼쳐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벨기에의 주장 에덴 아자르(27)가 “프랑스처럼 이길 바엔 벨기에처럼 지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음바페의 플레이는 질타를 받았다. 진정한 축구스타가 되기 위해선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15일 밤 12시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은 음바페가 원석이 아닌 다이아몬드로서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펼쳐 보일 무대다.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앙투안 그리에즈만 등 다른 팀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도 프랑스는 이번 대회 그리에즈만과 같은 중원 사령관 역할을 맡았던 지네딘 지단이 2골을 터뜨려 3-0으로 승리하면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크로아티아에서는 맏형인 골키퍼 다니옐 수바시치(34)의 손끝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크로아티아의 경우 토너먼트에서 3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펼치면서 필드 플레이어들의 체력이 고갈된 만큼 수호신 수바시치가 든든히 골문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잉글랜드의 조던 픽퍼드(24), 벨기에의 티보 쿠르투아(26) 등 이번 대회 골키퍼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존재감만큼은 수바시치가 독보적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덴마크와의 16강전(세이브 3개), 러시아와의 8강전(1개) 연속 승부차기에서 총 4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이번 대회 승부차기의 신으로 거듭났다. 역대 월드컵 한 대회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이다.

수바시치에게도 승리가 절실한 이유는 또 있다. 수바시치는 이번 대회 유니폼 안에 ‘FOREVER’, ‘24’라는 문구와 함께 10년 전에 숨진 동료 흐르비제 세스티크의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세스티크는 10년 전인 2008년 프로 경기 도중 볼 다툼을 하다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부딪쳤고 며칠 뒤 숨을 거뒀다. 자신이 세스티크에게 긴 패스를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자책하고 있다. 수바시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특정 문구를 내보이면 규제하는 규정에 따라 경기 중에는 티셔츠를 드러내지 않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맘껏 펼쳐 보이며 친구를 기리고 있다. 이 때문에 FIFA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서겠다는 각오로 티셔츠를 줄곧 착용한 채 크로아티아 골문을 지키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프랑스#크로아티아#음바페#수바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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