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스포츠] ‘쇼트트랙 별’ 임효준이 말하는 평창, 그 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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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대학생이 된 느낌? 이제 서야 대학생활이 재밌네요. 하하”

캠퍼스(한국체대)에서 오전 강의를 듣고 왔다는 쇼트트랙 샛별 임효준(22)에게서 새 학기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남자 1500m) 주인공이 된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한다.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임효준은 “올림픽 준비할 때는 늘 학교도 훈련장을 가는 마음으로 갔어요. 학생보다는 운동선수에 가까웠죠. 요즘은 달라졌어요. 학교 매점에서 사인 요청을 받아 놀라기도 했죠.”라며 웃었다.

각종 행사, 방송 출연의 러브 콜도 쏟아졌다. 올림픽 전 6000명이던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30만 명으로 늘었다. 어딜 가나 셀카 내지 사인 요청을 받아 기쁘다고 했다. 임효준은 이날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친선대사로 위촉돼 자신을 롤 모델로 꼽는 쇼트트랙 유망주 이비호 군(8)에게 후원금 1000만 원을 전하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내 존재를 팬들에게 알리게 됐을 뿐이에요. 이젠 주위의 기대에 부응해야죠. 안현수, 김동성 선배처럼 쇼트트랙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초심을 강조한 그는 “내심 다관왕에 대한 욕심도, 자신감도 있었기에 평창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요. 4년 뒤 베이징에서는 꼭 2개 이상 금메달을 딸 겁니다”고 덧붙였다.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도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스피드, 쇼트트랙에서 모두 올림픽 메달을 딴 네덜란드 요린 테르 모르스(스피드 여자 1000m 금, 쇼트 3000m 계주 동)를 보고 결심을 굳혔어요.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이랑 비슷한 점도 많고 쇼트트랙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열려 해볼만할 것 같아요.” 올림픽 매스스타트 우승자 이승훈(30)과의 맞대결이 성사되는 것이냐 묻자 “‘형만 이기면 1등 아니냐’고 승훈이 형에게 말했더니 ‘효준이 네가 제발 날 좀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하던걸요?”라며 웃었다.

이달 중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대헌(3위)에 이어 종합 4위로 마치며 다시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게 됐지만 큰 걱정은 없어 보였다. “올림픽 뒤 훈련을 많이 못해서 걱정했는데 그동안의 준비가 어디가지 않았다는 걸 느꼈어요.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어요.”

앞으로 두 번의 올림픽에 더 나가고 싶다는 그는 은퇴 후에는 카레이싱 라이센스를 따고 싶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기 위해 영어 공부도 시작할 생각이다. 당장 30일에는 고향 대구에서 프로야구 삼성 경기 시구에 나선다. 올림픽 뒤 첫 금의환향이다. 스물두 살 임효준의 봄날이 활짝 열린 듯 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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