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절반 지방세로 돌리면, 지자체 年22조 세수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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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 국민 대토론회’ 개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재정분권 국민 대토론회’에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재정분권 국민 대토론회’에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재정자립도 10% 이하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야말로 20년 넘은 지방자치치고는 매우 창피한 수준이다.”(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주최로 ‘재정분권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증가하는 복지사업처럼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행정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은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행안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 대 2에서 7 대 3 수준으로 고쳐 지자체의 세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 지자체가 가져가는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가가치세에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고 지방소득세도 확대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타개책을 내놨다.

발제를 한 유태현 남서울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행 부가가치세 절반을 지방세로 돌리면 연간 22조 원 이상의 세수 확보가 가능해 지자체의 재정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규홍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부세로 지자체에 보내는)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조 재정관리관은 지자체에 재원을 더 주는 대신 지방교부금 시스템을 조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지자체 88%는 재정자립도 50% 미만

토론자들은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됐으나 지자체 대부분은 여전히 재정독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전국 243개 기초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곳은 215개(88.4%)나 된다”며 “153곳(전체 63%)은 재정자립도가 30%를 밑돌 정도로 재정 여건이 열악하다”고 밝혔다.

현행 지방세입 시스템에서는 지자체가 만성 재원부족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자체가 미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허성곤 경남 김해시장은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필수 재원을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강화하면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크게 늘고 있는데도 교부세율은 최근 11년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소득세 추가 개편과 세원 발굴, 확대 등은 지방이 해야 할 몫으로 내년 개헌 논의와 맞물려 검토돼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거대하고 중앙집권화한 기재부 국가예산 편성 기능 일부를 총리실로 옮겨 중앙과 지방 예산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스위스 지방정부, 전체 세금 65% 확보”

독일 일본 스위스 등 해외 지자체 사례를 들며 지자체의 재정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는 “중앙과 지방이 재정 권력을 공유하는 시스템 개혁논의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독일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세수의 70%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자치제도가 예부터 발달한 스위스의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스위스 연방정부의 세수는 전체 세수의 35% 미만으로 주정부와 지자체 세수가 65%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본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재정 격차를 시정하려고 만들었다”며 “중앙정부가 지자체 대신 국세를 걷어 지방에 재배분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고유 재원”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을 대신해 징수한 지방세’라는 얘기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 지자체는 지방교부세, 보조금처럼 외부에 의존하는 재원 비율이 높은 반면 일본 지자체는 세입 중 지방세 비중이 최고 44.5%에 이른다”며 “일본은 개혁을 통해 국고보조금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지방세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 “12월까지 재정분권 종합대책 마련”

다만 지방재정을 조정할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도시와 농어촌 등 지자체마다 재정자립도에서 차이가 나고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방세를 크게 늘리면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세를 확충하면서 기존 지방교부세 틀을 유지한다면 결국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며 “국민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채무 증가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법인세, 부가세 등을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동세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수도권, 대도시와 다른 지역 간 불균형을 강화할 우려도 있다. 강력한 지역발전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은 경기 수원시정연구원장은 “국가보조금(사업)은 정부가 원칙적으로 전액 부담하고 지자체 부담은 최소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 정순관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춘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세종시장), 박성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울산 중구청장)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12월까지 재정분권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지방세#부가가치세#재정분권 국민 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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