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중용 인사에 국민의당 식은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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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발탁인사에 黨기반 흔들… 호남 지지율 창당후 첫 한자릿수
원로들 “바른정당과 연대땐 탈당”… ‘정대철 비대위원장’ 밀어붙이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일 호남 인사를 깜짝 발탁하면서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위상이 크게 흔들린 국민의당이 더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 이어 21일에는 ‘안철수 사람’이었던 고려대 장하성 교수를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임명하자 국민의당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5·9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당은 하루빨리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길게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일단 6월 임시국회를 벼르고 있는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등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제3당의 역할을 되찾겠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여당인 민주당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호남 민심이 민주당으로 쏠려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당장 24일부터 시작되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험대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열리는 첫 청문회인 만큼 야당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야당과 공조해 이 후보자에 대한 파상 공세에만 집중할 경우 잘못하다간 호남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무턱대고 야권 공조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다 국민의당은 ‘연대론·자강론’을 둘러싼 갈등과 호남 지지율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당 안팎에서 겪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이번 주 중 이뤄질 새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놓고 호남 민심을 의식한 동교동계 출신 원로들의 돌발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애초 당내에선 주승용 전 원내대표를 추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주 전 원내대표가 최근 사견을 전제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언급한 데 이어 당 지도부에서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필요성이 거론되자 권노갑 상임고문 등 국민의당 원로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정대철 비대위원장’ 카드를 꺼내들고 이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지율도 떨어져 ‘호남 1당’을 자부해 왔던 국민의당은 최근 창당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5%를 기록해 정의당(6%)에도 뒤졌다. 민주당은 71%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고, 바른정당은 4%였다.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전국 지지율 8%보다도 낮다.

당내 갈등이 확산되자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이 판국에 통합과 혁신을 운운하며 비대위원장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면 국민은 우리 당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당내 단합이 필요하다”고 자중을 요청했다.

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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