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법인세 올려 年6조 확보”… 공약재원 36조엔 태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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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증세 논쟁]재원마련 현실성 논란
문재인 일자리공약에 年10조 추가 소요… 안철수-홍준표는 구체적 대책 아예 없어
기업 경쟁력 갉아먹는 증세
법인세 3%P올리면 30조 유출… 해외 생산 늘려 국내 고용 위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방안을 공개하면서 유력 후보 공약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과다 재정지출’ 우려가 재원 마련 방안의 현실성 논란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증세를 통해 매년 6조 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걷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매년 36조 원 이상 투입될 공약을 이행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체적인 재원 대책이 아예 없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오히려 유류세 인하 등 감세(減稅) 공약을 내놓고 있어 재원 확보 방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턱없이 부족한 재원 마련 대책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문 후보의 증세 핵심은 법인세 인상이다. 과세표준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의 최고세율을 지금보다 3%포인트 높은 25%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이 공약이 현실화되면 매년 6조5000억 원 정도의 세금이 추가로 걷힐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일 경우 매년 4조600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힌다. 최저한세율 인상(17%→19%)으로도 연평균 6700억 원이 확보된다. 여기에 소득세 인상을 통해 연 1조2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했다.

문제는 이런 추가 세수 규모가 문 후보 측이 추진할 복지 등의 공약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문 후보가 내세운 일자리 공약(연 4조2000억 원)과 기초연금 인상(연 4조4000억 원)의 재원으로 사용하기에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공약의 예산 소요액이 과소 추정됐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문 후보는 기초연금 10만 원 인상에 연 4조4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계산했지만 예산정책처는 8조2000억 원 넘게 소요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자리 공약 역시 문 후보는 연 4조2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새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조 원 이상의 정부 돈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나마 다른 후보들은 재원 준비 계획을 사실상 내놓지 않고 있다. 공약 이행에 매년 41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한 안철수 후보는 12조6000억 원 규모의 재원 마련책으로 ‘공평과세 구현’ 등을 내걸었을 뿐 구체적인 세제 개편 방향과 증세 여부 등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배기량 2000cc 미만 차량의 유류세를 50% 내리겠다는 공약을 구체적인 재원 추계도 없이 내놓아 ‘세(稅)퓰리즘(세금+포퓰리즘)’이라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매년 7조2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 “기업 경쟁력 약화 불 보듯 뻔해”

법인세 인상이 기업 경쟁력 약화를 야기해 한국 경제 전체의 체질을 나빠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의 부담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줄어들어 국가경제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한국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국내 생산을 줄이는 대신 해외 생산을 늘리거나 해외법인 쪽으로 수익을 몰아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결국 국내 고용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법인세가 3%포인트 인상되면 한국 다국적기업이 해외 소재 자회사로 이전하는 소득이 21조3000억 원 증가하고, 외국 다국적기업이 한국 자회사로 이전하는 소득은 8조 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등이 본격적으로 법인세 인하에 나선 상황이어서 무작정 법인세에 손을 대기보다는 먼저 자본소득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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