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끝이라는 한국당, 金배지 반환 쇼

  • 동아일보

[대선정국]인명진, 47일만에 “이만하면 됐다” 금고 보관 80여개, 의원에 되돌려줘
친박계 핵심 남아 태극기勢 과시… 당안팎 “당명 빼고 바뀐게 뭐냐”
국민 쓴소리 듣겠다는 ‘버스 투어’도… ‘반성’ 단어 붙이려다 슬그머니 빼

금배지 달아주는 인명진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과거를 반성하라는 의미로 반납 받았던 국회의원 배지를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달아주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금배지 달아주는 인명진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과거를 반성하라는 의미로 반납 받았던 국회의원 배지를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달아주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4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선 비상대책회의에 앞서 ‘의원 배지 반환식’ 행사가 열렸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며 의원들로부터 배지를 수거한 지 47일 만에 “이만하면 됐다”며 다시 달아준 것이다. 인 위원장은 당시 “당의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처절히 반성하겠단 자세에서 시작된다”며 상징적인 조치로 배지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날 배지 반환식은 시상식을 방불케 했다. 인 위원장이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박맹우 사무총장의 왼쪽 가슴 위에 차례로 배지를 달아주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지도부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정 원내대표는 “배지 달면 선수가 올라가는 건데…”라고 농담을 던졌다. 반환식 직후 인 위원장은 “그동안 아무 책임 없는 우리 당의 많은 의원이 배지 떼고 다녀서 죄송스럽고 민망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인 위원장 측은 이날 금고에 보관해온 80여 개의 배지를 돌려줬다. 당시 99명이던 소속 의원 전원에게 배지를 내라고 했지만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은 반발하며 내지 않았다. 당내에선 이날 행사를 두고 “사실상 쇄신과 반성이 끝났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연 한국당의 ‘반성 종결’이 정당하냐를 두고는 뒷말이 적지 않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의원 전원에게 거취를 일임하는 위임장을 제출하게 했다. 의원들에게 당원권 정지 등 징계를 내려 책임을 묻기 위해서란 이유였다. “인 위원장님께 전폭적인 지지의 뜻을 전한다. 대통령이 탄핵소추에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탈당 등 거취에 관한 모든 조치를 비대위원장님께 맡긴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낸 의원은 70여 명이었다. 사실상 충성 서약과도 같은 위임장에 대다수가 사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조치는 미미했다. 결국 ‘이벤트성 쇄신과 줄 세우기’만 있었을 뿐 ‘뼈를 깎는 반성’은 부족했다는 얘기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과거에 당 이름을 바꾸거나 지도부 몇 사람 바꾸는 식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얄팍한 꼼수에 속지 않는다”고 했다. 이정현 전 대표와 정갑윤 의원만 자진 탈당했고,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의 당원권을 정지했을 뿐 친박계 핵심들은 대부분 건재하다. 최근 이들이 주말 태극기 집회를 중심으로 다시 세를 과시하면서 ‘도로 친박당’이란 말까지 나온다. 인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는 관망만 하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국민들의 쓴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버스 투어에 나섰다. 하지만 당초 행사 제목에 ‘반성’이란 단어를 붙이려고 했다가 슬그머니 뺐다. 당 관계자는 “반성을 다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바른정당 측 한 인사는 “당명 빼고 바뀐 게 없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송찬욱 기자
#자유한국당#금배지#반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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