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남의 웃픈 연애담, 수채화풍으로 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웹툰 ‘찌질의 역사’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붙잡고 오열하는 등 찌질한 남자 캐릭터로 묘사되는 서민기. 네이버 제공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붙잡고 오열하는 등 찌질한 남자 캐릭터로 묘사되는 서민기. 네이버 제공
 추억은 미화된다. 특히나 그게 남자의 과거라면. 하지만 실제 과거는 기억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20대 초반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찌질했던 연애담을 수채화풍의 작화로 그려낸 웹툰, ‘찌질의 역사’가 그렇다.

 답답한 나머지 보는 이로 하여금 암을 유발하게 한다며 ‘발암’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린 김풍이 글을 쓰고 만화가 심윤수가 그림을 그린 ‘찌질의 역사’. ‘건축학개론’이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당시 문화 코드를 적절히 섞어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2013년 한 술집, ‘찌질의 역사’는 시작한다. 주인공 서민기의 출국을 앞두고 대학 동기 4명이 모였다. 남자들의 수다는 민기의 첫사랑 근황 이야기로 옮아간다. 그렇게 웹툰은 ‘민기의 회상’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민기의 첫사랑은 델리스파이스를 좋아하고 돈가스를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그녀, ‘권설하’다. 연애에 서툴렀던 민기는 용기를 내어 고백하지만 처참하게 거절당한다. 하지만 민기에게도 기회는 온다. 첫사랑을 잊지 못했던 민기는 또 다른 설하, ‘윤설하’를 만난다. 새 여자친구였던 윤설하에게서 첫사랑을 찾는 민기의 모습에 독자들의 ‘발암’은 시작된다. 민기는 각종 ‘뻘짓’으로 윤설하를 떠나보내고 시즌2가 시작된다.

 군대를 다녀오고 조금 나아지나 싶지만 시즌2의 민기는 여전히 찌질하다. 복학생 민기는 신입생 퀸카인 ‘최대웅’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 이름 같다는 콤플렉스를 가진 대웅이 민기에게 “어떤 이름으로 개명할까?”라고 묻자 민기는 “설하”라고 답해 대웅의 이름마저 ‘설하’로 만들어 버린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설하’는 민기에게 이별을 고한다.

 지난해 8월 ‘찌질의 역사’ 시즌3가 시작됐다. 30대가 됐고 방송국 기자가 된 민기, 어엿한 어른이지만 그의 ‘찌질한 역사’는 계속된다. 19일 업로드된 28화에서 민기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덧 나이가 삼십 대 중반이 됐는데도 여전히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남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는 어째서 이렇게 조금도 나아지질 않고 여전히 찌질할까.” 그렇다. 30대 민기는 여전히 찌질하고 독자는 여전히 발암 중이다.

★★★★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찌질의 역사#서민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