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433명에게서 62억 가로챈 30대 “출소하면 다시 모아 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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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433명에게 ‘장학금을 주겠다’고 속여 여대생 430여 명에게서 수십억 원을 받아 가로챈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8일 여대생 433명에게 62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박모 씨(31)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식투자동아리 '골든크로스'를 만든 뒤 전국 대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회원 1만4000명을 모집했다. 그는'월 50만 원 장학금 혜택','스텝으로 활동하면 홍보비, 수입금 등의 수입지급' 등 각종 거짓말로 이모 씨(20) 등 여대생 433명에게 평균 15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가로챘다.

박 씨는 2012년부터 3년간 같은 수법으로 1억 원을 모아 탕진했지만 벌금 1000만 원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자 본격적인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학생은 의심이 많다'며 여대생만 표적으로 노렸다. 피해 여대생 433명을 모두 만나 면접하고 '식당 종업원' 등으로 신분을 속여 대출을 받도록 했다. 특히 사회물정을 모르는 1, 2학년 여대생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그는 '나는 명문대 졸업생이다. 모의증권 투자대회 입상했다' 등의 거짓말을 하고 고급 외제차량 7대의 사진을 보여주며 접근했다. 미모와 재능이 뛰어난 피해 여대생 13명을 비서로 채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박 씨가 끌어 모은 62억 원 가운데 17억 원을 해외선물옵션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40억 원은 일부 여대생들에게 수익 배분 명목 등에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박 씨가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승용차 4대를 7억 원에 구입해 몰고 다닌 것을 확인하고 몰수 조치했다. 일부 피해 여대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이날 광주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기가 아니고 정당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에서 나오면 다시 투자자들을 모아 재기하겠다"는 황당한 진술까지 했다. 경찰은 여대생 불법대출을 도와준 대출중개업체 대표 정모 씨(45)와 중개인 강모 씨(40·여)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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