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문재인 대북관 위험천만”… 野 “진상조사 국익 도움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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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견 묻고 인권결의안 기권” 송민순 회고록 파문]

 
2007년 3월경 청와대에서 신임장 수여식을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동아일보DB
2007년 3월경 청와대에서 신임장 수여식을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동아일보DB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남북 경로를 통해 북측 의견을 확인하자고 결론 내렸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14일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일파만파(一波萬波)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정치권 일파만파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이정현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의혹이 아닌 사실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위험천만한 대북관을 가진 문 전 대표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했고, 앞서 하태경 의원은 “북한을 상국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며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하자면서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발언을 한 것만 봐도 2007년과 달라진 게 뭔지 걱정이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는 ‘송민순 회고록’ 국정감사를 방불케 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국기를 흔들 문제”라며 여야 조사위원회 구성과 안보정책조정회의 회의록 문서 열람 등을 요구했다. 원유철 의원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느냐’며 기권으로 건의하자고 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민 안위가 중요하지 대통령의 심기와 북한의 입장이 더욱 중요하냐”고 지적했다.

 더민주당은 당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문 전 대표를 옹호했다.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북한 인권결의안이 논의될 당시,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이 직접 나서서 개선하도록 촉구하고 해결이 안 되면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으로 가는 것으로 순서를 정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포기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이고, 인권 문제는 인권 문제인데 꼭 그럴 필요 있느냐’며 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얘기했다고 한다”며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은 조사위 구성 제안을 비판하며 “정치 공세일 뿐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정책적 결정의 시시비비는 추후에 나온다. 평가 기준은 역사”라고 말했다.
○ 송민순 회고록의 진실은?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쓴 의도와 신뢰성에 대한 설전도 치열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에 물어보다니 코미디”라며 “이런 일이 재발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을 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석현 의원은 “송 전 장관은 연세가 많으신 분”이라며 회고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경협 의원은 “10년 전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쓴 회고록 일부를 발췌해서 모두 사실인 것처럼 정치 공세에 활용한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한편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송민순 회고록에 등장한 3인방은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측 의사를 타진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 인권결의안을) 북한이 반대하는데 물어보면 해도 좋다고 하겠느냐. 그걸 왜 물어보냐”고 부인했고, 이 전 장관도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이 아니라 반대해야 된다고 했다”면서도 “(남북 채널로 의사 타진은) 안 했다”고 주장했다. 백 전 실장은 “(남북 채널로 의사 타진했다는 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 언급한 회고록 내용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송 전 장관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책에 있는 대로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다만 추가적인 설명을 듣기 위한 통화에는 응하지 않았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송찬욱·신진우 기자
#문재인#송민순#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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