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분리대 넘어 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숨졌다면?…유죄?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9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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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중앙분리대를 넘어 무단횡단하던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4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양성욱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4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1시 반 자신의 차량을 몰고 광주 광산구 우산동 모 은행 앞 도로 1차로를 지나다 중앙분리대를 넘어 무단횡단을 하던 이모 씨(31)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이 씨는 숨졌다. 검찰은 김 씨가 무단횡단 보행자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김 씨가 사고 당시 무단횡단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김 씨의 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고지점이 왕복 12~14차로이며 높이 1.5m의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어 무단횡단을 예상하기 쉽지 않고 피해자가 짙은 회색 상의와 검정색 하의를 입고 있어 발견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다. 재판부는 “김 씨가 급제동이나 진행방향 전환으로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고 피해자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무단횡단할 것이라고 예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도로는 최고 폭 80m, 길이 1㎞에 달해 ‘하남 80m 도로’라고 불린다. 자동차 전용도로 중간에 낀 구간이어서 좁은 지하보도 1개와 횡단보도 1개만 설치돼 있다. 그러나 도로 양쪽에는 유흥가와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형성돼 있어 무단횡단에 따른 사고 위험이 크다. 특히 2011년부터 6년간 무단횡단 사망자 7명, 부상자 11명이 발생해 속칭 ‘마(魔)의 도로’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피해자 대다수는 도로 상황을 모르는 타 지역 사람이거나 취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무단횡단 사고를 막기 위해 이곳에 순찰차 1대를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단횡단 사고 감소를 위해 도로 중간에 넓은 지하보도 1개를 추가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확보 어려움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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