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사카 市-府 통합’ 부결… 하시모토 입지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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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행정 효율보다 복지 선택
찬반 팽팽… 반대가 근소하게 앞서 하시모토 정계은퇴 위기 내몰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 시를 없애고 오사카 부(府)로 통합하는 행정구역 재편안이 17일 주민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 안을 추진해 온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유신당 최고 고문)은 정계 은퇴에 내몰리게 됐고 야당 재편은 속도를 내게 됐다.

NHK방송 등 일본 언론은 “오사카 시의 유권자 약 21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반대가 찬성을 웃돌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개표가 99% 진행된 오후 11시 현재 찬성 69만2801표, 반대 70만3953표로 반대 의견이 약간 앞섰다.

하시모토 시장은 2011년 오사카 시장으로 뽑혔을 때부터 오사카 시와 부가 나뉘어 있으면 ‘이중 행정’의 낭비가 생긴다며 둘을 통합해 ‘오사카 도(都)’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 등은 “오사카 도로 바뀌면 주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며 반대했다. 오사카 시와 부에 각각 있던 학교, 병원 등이 오사카 도로 통합되면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오사카 시 존속을 결정한 것은 행정 효율보다는 자신의 복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극우 성향의 정치인인 하시모토 시장은 정계 은퇴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오사카 도 구상이 부결되면 올해 12월 시장 임기를 끝내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중의원 40명, 참의원 11명 등 51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제2야당 ‘유신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아울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헌법 개정을 지지하며 총리 관저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투표 결과로 아베 총리는 개헌에 힘을 실어줄 ‘파트너’를 잃게 됐다.

반면 유신당 내 오사카 도 구상에 반대했던 에다 겐지(江田憲司) 대표 등의 존재감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유신당은 앞으로 야당 색채를 더 강하게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의원은 제1야당인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길 움직임도 보여 야당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내다봤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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