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프로축구, 몰아치는 ‘대륙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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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리그 첫판 중국 4팀 모두 승리
광저우 푸리는 J리그 3관왕 완파… 거액 용병 영입 클럽 판도 흔들어
시진핑 주석 관심도 거액투자 불러



중국만 활짝 갰다. 한국은 흐렸고, 일본은 비가 쏟아졌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이 24, 25일 일제히 치러졌다. 한국에서는 수원만이 우라와(일본)를 2-1로 꺾고 승리했다. 전북은 가시와(일본)와 비겼고 서울과 성남은 각각 광저우 헝다와 부리람(태국)에 졌다. 일본은 4팀이 1무 3패에 그쳤다.

중국의 약진이 단연 눈에 띈다. 4팀이 모두 이겼다. 헝다를 제외한 3팀은 방문경기에서 거둔 승리라 의미가 더 크다. 지난해 자국 슈퍼리그 우승팀이자 2013년 ACL 챔피언인 헝다는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혀 헝다의 승리는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광저우 푸리가 지난해 일본 J리그 트레블(J리그, 컵대회, 일왕배)을 달성한 감바 오사카를 2-0으로 꺾은 것은 이변이다. 푸리가 ACL 본선에서 승리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FIFA 랭킹 82위)은 국가 대항전에서 한국(54위)과 일본(55위)에 크게 뒤진다. 한국과는 29차례 만나 딱 한 번(2010년) 이겼다. 월드컵 본선에도 한 번 나갔을 뿐이다. 그나마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해 티켓을 쥘 수 있었다.

그러나 클럽으로 눈을 돌리면 중국 축구의 위상은 달라진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덕분이다. 서울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히카르두 굴라트는 브라질 국가대표이자 중국리그 최고의 공격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굴라트와 함께 알란(브라질)을 영입하면서 헝다가 쓴 돈은 300억 원에 이른다. 푸리의 선제골을 넣은 함달라도 모로코 국가대표 주전으로 푸리가 거액을 들여 영입했다.

중국 프로 구단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맞물려 있다. 젊을 때부터 축구를 즐겨 봤던 시 주석은 평소 “내 소원은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 대회를 개최하고, 나아가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부자들이 축구에 투자하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에서 ‘정치권과 관심사 공유’를 중요한 목적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축구 굴기(굴起)’를 내세운 시 주석은 2013년 헝다가 ACL에서 우승했을 때도 큰 관심을 보였다. 2009년 승부조작에 휘말려 존폐 위기에 몰렸던 ‘광저우 의약’은 2010년 부동산 대기업 헝다가 팀을 인수한 뒤 ‘돈다발’을 앞세워 중국 최고의 클럽으로 거듭났다.

빠르게 발전하는 국내 프로리그를 자양분으로 중국 대표팀의 수준도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부정적인 전망의 근거는 중국 팀의 선전이 외국인 선수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전북 최강희 감독은 “지금 같은 투자가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언젠가는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중국#광저우 푸리#약진#거액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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