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꽃미남들 ‘뮤비’ 보는 듯… 뮤지컬 ‘풍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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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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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풍월주’ ★★☆

꽃미남 배우들의 매력에 방점을 둔 창작 뮤지컬 ‘풍월주’. CJ E&M 제공
꽃미남 배우들의 매력에 방점을 둔 창작 뮤지컬 ‘풍월주’. CJ E&M 제공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표현이 딱 맞다. 고대 신라시대 신분 높은 여자들을 접대하는 남자 기생 ‘열’과 ‘사담’의 동성애적 사랑을 이야기의 큰 축으로 삼은 창작 뮤지컬 ‘풍월주’(정민아 작, 이재준 연출, 박기헌 작곡)는 잔뜩 감정을 잡았지만 실속은 별로 없는 뮤직비디오 같다.

무대, 의상, 스토리, 노래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었다.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의 컬처 스페이스 엔유 무대에 꽉 차게 만든 3층 무대는 여백이 없어 답답해 보였고, 장면 전환을 뒷벽에 쏘아대는 조명의 색깔 변화에 의존하다 보니 중반을 지나면서 급속히 지루해졌다.

사담의 아이를 갖게 된 진성여왕이 사담을 궁으로 불러들이려 하고, 이에 서로 헤어지기 싫은 열과 사담이 차례로 목숨을 끊는다는 설정부터 비현실적이다. 진성여왕은 강력한 권력자라기보다 사담의 사랑을 구걸하는 불쌍한 여인처럼 보였다. 사담과 열의 관계도 친구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어중간한 관계로 그려져 ‘진성-사담-열의 삼각관계’가 극적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서구적인 느낌의 의상들은 왜 배경을 신라시대로 했는지 의아하게 만들었다. “난 눈을 두드리네, 그댄 활짝 열어주오, 태양보다 뜨거운 밤, 우릴 모두 가려줄 밤, 모든 건 다 그대의 맘” 같은 추상적인 가사의 뮤지컬 넘버들은 극의 입체감을 만드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이 뮤지컬은 지난해 초 CJ 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작품으로 선정된 뒤 리딩 공연, 갈라 콘서트를 거치며 반응이 좋아 CJ E&M 제작으로 완성 뮤지컬까지 이어진 첫 사례다. 제작사는 프리뷰 공연 티켓 오픈 뒤 5분 만에 2400장의 티켓이 매진됐다고 홍보했다.

실제 공연을 보고 나니 이 작품의 초반 뜨거운 관심과 분위기는 꽃미남 남자 배우들의 동성애적 코드에 열광하는 일부 마니아층이 만들어낸 거품인 듯했다. 티켓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 관객 리뷰는 “눈물이 주룩주룩” “아련함이 남는 공연” 등 거의 칭찬 일색이었으나 “기대했던 내가 바보”라는 극단적으로 엇갈린 리뷰도 눈에 띄었다.

:: i :: 7월 29일까지. 4만∼5만 원. 1588-0688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뮤지컬#공연 리뷰#풍월주#컬처 스페이스 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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