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김태호]2년간의 軍생활은 인생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너 군대 가서 손해 보는 것 아니야?” 입대 전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에 진학해 1학년을 마친 뒤 입대했다. 처음에는 2년이라는 군 복무기간이 공부에 지장을 줄 것 같아 걱정됐지만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우려는 사라졌다. 제대를 앞둔 지금 군 생활이 값진 경험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자신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확인하고 보완해 객관화하고, 이후에는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굳은 의지로 믿음을 다져나가야 한다. 군대에는 이렇게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고 굳혀나갈 기회가 많다. 우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다. 친구들과의 약속, 수업, 휴대전화 등 ‘방해요소’가 많은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시간이다. 둘째로 군대는 특별한 사고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한정된 요소와 제한된 환경의 조합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군대 밖 사회에 비해 단순하다. 이 단순함은 인과관계를 관찰하고 확인해서 주관을 만들어가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군대에서 자주 고민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인간관계다. 나는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개인의 발전과 생존에만 몰두하며 인간관계를 등한시했다. 이것은 개인주의가 중시되는 미국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부대원이 대가족처럼 지내는 한국 군대에서는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태도였다.

나는 전입하자마자 많은 고민을 했다. 인간관계 관련 책을 읽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적용해 인간관계에 관한 주관을 만들어 나갔다. 2년여 사색과 공부를 한 결과,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섬세한지 알게 됐다. 인간관계에 대한 군 생활 체험은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검증을 거친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뿐 아니다. 신앙, 진로, 대화법, 자신과의 약속, 이상적인 배우자 조건, 책임감 등 인생 전반에 걸친 성찰을 심도 있게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좀 더 넓은 시야와 주관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것 같다. 2년여의 군 생활은 앞만 보고 고속질주를 하던 내 삶의 고삐를 잡아주고 인생을 새롭게 보게 해주었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게 당연하지만 국가의 안전 보장에 기여했다는 자부심뿐 아니라 군 생활을 통해 얻은 개인적 소득은 나에게 큰 선물이 됐다. 군대, 정말 잘 왔다. 군 복무의 기회를 준 대한민국, 정말 고맙다.

김태호 공군 병장
#군대#인간관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