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긴장… 웃음… 실소… ‘웰컴 투 코믹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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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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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웰컴 투 마이 월드’는 선배(추정화·왼쪽)와 후배 형사(에녹·오른쪽)가 스튜어디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사진 제공 아인컴퍼니
뮤지컬 ‘웰컴 투 마이 월드’는 선배(추정화·왼쪽)와 후배 형사(에녹·오른쪽)가 스튜어디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사진 제공 아인컴퍼니
뮤지컬 ‘웰컴 투 마이 월드’
연출 ★★★☆ 노래 ★★★


늘씬한 스튜어디스를 둘러싸고 남자 승무원들이 춤을 춘다. 두 남자가 몰래 시선을 주고받다가 서로의 엉덩이를 만진다. 항공사 사장(우원호)은 얼굴 근육 전체를 동원한 과장된 코믹 연기로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웰컴 투 마이 월드’(오재익 연출)는 이렇게 B급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시작한다. 조잡한 삼류 코미디물이 될지, 개성 있는 B급 뮤지컬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도입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자에 살짝 기울었다. 미모의 스튜어디스(김경화)가 비행기에서 살해되고, 함께 탑승했던 승무원들을 형사 2명(에녹, 추정화)이 심문하는 줄거리다. 추리물이지만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단 코믹하게 풀었다. 초반의 웃음코드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은근히 빠져들게 하는 연출력이 눈에 띄었다. 죽은 스튜어디스와 다툼이 잦았던 약혼자(박근영), 약혼자의 숨겨진 남자 연인(우창수), 스튜어디스를 질투한 후배(김현아)…. 저마다의 살인동기를 내세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탄탄했다. 막판의 반전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코믹과 스릴러를 엮는 솜씨는 매끄럽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던 기장(함태영)이 이혼한 처지를 한탄하면서 아이처럼 울 때, 항공사 사장이 심문 중간중간 들어와서 오버액션을 할 때는 우습다기보다는 억지스러웠다. 컬트뮤지컬을 모방한 듯한, 캐릭터들이 일제히 그물옷을 입고 춤추는 판타지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여형사에 의해 범인으로 몰린 사람이 자살한다는 설정도 코믹물로는 무리였고, 상심한 여형사를 남자 형사가 위로하다가 사랑을 고백하는 부분은 ‘짝을 지어야 끝을 내는’ TV 드라마의 재현으로 비쳤다. 좌석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장면도 문제였다. 스튜어디스가 시체로 바닥에 누워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맨 앞 열을 제외한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i: 4만5000원. 9월 19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 해치홀. 154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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