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의 기막힌 신문觀

  • 입력 2004년 7월 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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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수도 이전 반대론을 대통령 퇴진운동으로 느낀다”며 “이를 주도하는 기관이 서울 한복판에, (정부)중앙청사 앞에 거대한 빌딩을 갖고 있는 신문사가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한 오류를 담고 있다.

동아일보 등 다수 신문은 반대여론을 주도한 것이 아니다. 사설 등을 통해 국가백년대계인 수도 이전 졸속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다 신중히 논의해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이다.

수도 이전 반대를 대통령 퇴진운동으로 느낀다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거의 모든 종합일간지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진보성향을 포함한 사회인사 130여명도 수도 이전을 재고하라고 나섰다. 중앙청사 앞에 ‘거대빌딩’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의 주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번 발언으로 신문에 대한 대통령의 왜곡된 시각이 다시 노출됐다. 권력 및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빌딩을 가진 신문사가 막강한 기득권과 결합해’ 벌이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나라의 앞날은 암담하다. 이래서야 언론자유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여론을 수렴해 가는 과정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브리핑은 한술 더 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지목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했다. 어이없는 궤변이다. 권력 감시와 정책 비판이라는 신문의 본분이 청와대엔 ‘저주의 굿판’으로 보이는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편 가르기와 불신,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모습을 계속 보는 것도 안타깝다. 이제는 신문까지 중앙청사 앞 ‘거대빌딩’을 가진 신문사와 그렇지 않은 신문사로 가르고 있으니 참담할 지경이다. 이처럼 편협한 신문관으로 어떻게 여론을 중시하는 참여정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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