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김지영, 촌티나는 복길역으로 무명 탈출

입력 2001-08-01 18:29수정 2009-09-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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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 다니다 6년전인 95년에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전부터 특별히 연기에 뜻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권유로 떠밀리듯 방송국 생활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95년 3월 ‘드라마 게임’에서 탤런트 김정균과 계약 결혼을 하겠다며 날뛰는 천방지축 여성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로 2년 동안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이런 저런 감각을 익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미지가 고정된 건 아니었다. 그런데 97년 MBC ‘전원일기’에서 복길이라는 시골아가씨 역을 맡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무명에서 벗어나데는 최고의 기회였지만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내가 시골 여자로 이미지가 급속도로 각인됐던 것이다. 길을 가다보면 “야, 복길이다”는 수군거림이 들렸고, 선배 연기자들은 “월남 치마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한술 더 떠 같은 해 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극중 백수 건달로 나왔던 차인표를 나물 장수하며 뒷바라지하는, 요새 20대 젊은 여성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역을 맡았다.

나는 그러나 그 촌티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 아직 ‘싱싱’하고 정말이지 보여줄 것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99년 SBS 미니시리즈 ‘토마토’에서 극중에서 김희선을 짓밟으며 남자를 가로채려는 커리어우먼 ‘세라’ 역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나는 두말없이 ‘오케이’했다.

그런데 촌티에 대한 한이 얼마나 많았는지, 촬영 초반 나는 ‘오버’를 하고 말았다.‘더욱더 앙칼지게, 그리고 세련되게’는 당시 내 ‘구호’였다.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김지영도 현대극 할 수 있다”와 “그냥 복길이나 해라”로 극명하게 갈렸다. 초반 이미지가 얼마나 오래가는 지 다시 한번 절감한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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