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재의 영화이야기]"한국 관객의 방화 사랑 부럽다"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일본 도쿄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된 영화 ‘봄날은 간다’ 덕분에 최근 일본 바람을 쐬었다.

‘봄날…’이 예술공헌상에 그쳐 아쉬움은 있었지만 서울발 ‘시네마 코리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건 내 주장이 아니다. 일본 영화계 인사들의 입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한국 영화에는 힘이 있다.”

일본의 ‘메이저’인 ‘쇼치쿠’의 오타니 사장,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를 일본에 배급한 ‘아미주’ 오사토 회장 등 일본 영화계 거물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영화로 씨름을 하나. 스모를 하나. 도대체 무슨 힘인가.

오사토 회장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일본의 경우 ‘도에이’ ‘쇼치구’ 등 30∼40년간 군림해온 메이저들이 매너리즘에 쓰러져가는 ‘고목’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1980년대 이후 일본 영화의 관심은 관객들의 기호와 거리가 먼 영화가 많았다.

일본은 또 한국 영화계의 ‘젊은 피’를 부러워한다. 이미 곳곳에 고목들이 있는 일본 영화계는 마치 동맥 경화에 걸린 것처럼 빠른 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탐내는 것은 다름아닌 한국 관객이었다.

‘0.8과 2.5’.

오사토 회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의미있는 숫자가 튀어나왔다.

0.8은 일본 관객이 1년간 영화를 보는 평균 관람 편수이고, 뒤의 2.5는 한국의 것이다. 둘다 어림잡은 수치이지만 한국 관객이 훨씬 영화를 열심히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양국 관객의 ‘국산품’ 애용 대목에 이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친구’가 몇 백만, ‘엽기적인 그녀’와 ‘조폭 마누라’가 또 몇백만 하며 한국 영화 관객이 늘어나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부러운 얘기였다.

오사토 회장은 일본에서는 일본 관객이 일본 영화를 보려는 모습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공들여 만든 작품이 외면당할 때 서운함이 들었던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면 행복한 투정일지 모른다. 3박4일의 짧은 일본 여행은 내가 행복한 영화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싸이더스 대표) tcha@sid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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