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천국]프레데릭 벡의<위대한 강>

  • 입력 2001년 1월 28일 19시 53분


바다코끼리, 고래, 바다쇠오리, 대구떼 그리고 수많은 생명들…. 이들이 수천년 동안 평화롭게 모여 살던 캐나다 동부의 세인트로렌스 강. 그러나 18세기 유럽인들이 몰려들면서 무차별적인 살육이 시작된다. 오직 탐욕을 위해. 1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이 강의 거대한 생명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프레데릭 백의 마지막 작품 ‘위대한 강’(93년작)이 최근 비디오로 출시됐다.

안시(93년) 히로시마(94년) 오타와(94년) 등 굵직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이 작품은 캐나다 퀘벡주를 가로지르는 세인트로렌스 강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이 작품에서 만화다운 기발한 상상력이나 재미는 찾아볼 수는 없다. 나레이션이 깔리고 그림을 보여주는 일반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만화로 옮겨놓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실사가 재현하기 힘든 묘사, 환상적인 자연의 아름다움, 몽환적인 분위기 등을 이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있다.

‘위대한 강’, 세인트로렌스 강의 역사는 곧 환경 파괴의 역사이고 이 작품은 인간의 몰염치함과 탐욕이 어떻게 강과 함께 살아가던 생명들을 파괴시켰는지에 대한 고발장이다.

나즈막한 내레이션과 무광택 필름 위에 색연필로 그린 흐릿한 그림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87년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프레데릭 백 감독은 1만7000장의 그림을 직접 그려가며 4년간 이 작품을 제작했다.

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베풀었지만 인간으로부터 ‘오염’이라는 철저한 경멸을 보답으로 돌려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인간에게 제안한다.

“자, 이제 화해하자.”

이 관대한 제안에 대해 이제 인간이 응답할 차례라는 게 ‘위대한 강’의 결론이다. 1만5000원.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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