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 19]「고질라」

입력 1998-07-07 20:13수정 2009-09-2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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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3월1일 미국은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비키니 환초에서 수소폭탄 폭발 실험을 실시했다. 당시 미군은 실험지역 1백30㎞ 이내로 접근하는 모든 선박을 통제했다.

그러나 1백67㎞ 밖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의 참치잡이어선 ‘제5후쿠류우마루’는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 핵폭발 뒤 선원들은 ‘죽음의 재’로 일컬어지는 방사능 낙진을 뒤집어썼고 갖가지 질병에 걸려 고통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일본에서는 핵실험으로 생긴 괴물을 그린 영화 ‘고지라’가 발표되었다. ‘고지라’는 ‘고릴라’와 ‘쿠지라(고래를 가리키는 일본말)’를 합성한 말.

‘고지라’는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2년 후 ‘괴물의 왕 고질라’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도 개봉됐다.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속편이 나온 인기 SF영화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최신작 ‘고질라’에는 90년대 중반 국제적 비난 속에 핵실험을 실시한 프랑스가 재앙의 주범으로 나온다.

98년판 ‘고질라’에 나오는 피해 선박은 54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참치잡이 어선. 그들은 괴물 고질라에게 습격당해 생존자 한명만 남고 몰살된다.

고질라는 방사능이 도마뱀에게 축적되어 탄생한 괴물이다. 하지만 도마뱀이 금방 키 1백20m의 거대한 괴물로 바뀐다는 설정은 과학적 설득력이 약하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로는 아무리 방사능에 피폭되더라도 개체의 물리적 크기가 1백배 이상 커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고질라는 양성(兩性)생식인 도마뱀에서 갑자기 단성(單性)생식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더라도 장기간 핵오염이 누적되면 어떤 끔찍한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

겁먹은 표정으로 ‘고질라, 고질라’를 되뇌이는 영화 속 참치잡이 어선의 생존자처럼 우리도 언제 방사능의 공포를 체험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박상준·SF해설가) 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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