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쫓는 설경구 vs 쫓기는 정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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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감시자들’은 극의 팽팽한 긴장감부터 정우성의 악역 연기까지 잘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 영화다. 집 제공
‘감시자들’은 극의 팽팽한 긴장감부터 정우성의 악역 연기까지 잘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 영화다. 집 제공
극장에서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 스크린 대신 앞사람 뒤통수에 눈이 간다. 집중하기 어렵다는 얘기. 하지만 ‘감시자들’(7월 4일 개봉)은 그럴 염려가 없는 영화다. 상영시간 118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바늘 끝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솜씨가 압권이다.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인물들은 경찰청 감시반. 노련한 베테랑 형사 황 반장(설경구) 앞에 신참이 나타난다. 경찰대를 갓 졸업한 하윤주 형사(한효주). 범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팀원들은 은행털이 용의자들을 쫓는다. 감시반의 눈에 이들을 조종하는 제임스(정우성)가 들어온다.

실제 경찰 내부에 이런 조직이 존재하는지 궁금증을 유발할 정도로 감시반의 활약은 신선하다. 황 반장의 지휘 아래 팀원들은 범인들의 출몰 예상 지역을 훑는다. 폐쇄회로(CC)TV와 각종 첨단장비들을 활용한다. 다른 범죄 스릴러에서는 보지 못한 볼거리다.

영화의 다른 볼거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하윤주 형사는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타고난 기억력과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는 관찰력을 가진 인물. 19일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효주는 “시크한 느낌이 들도록 최대한 절제된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이 연기한 제임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도의 전략으로 감시반의 추적을 따돌리는 지성파. 그는 ‘17 대 1’의 막다른 골목길 싸움에서 상대들을 낙엽처럼 쓰러뜨리는 물리력도 갖췄다. 2009년 ‘호우시절’ 이후 4년 만에 영화에 복귀한 정우성은 대사는 별로 없지만 눈빛 연기로 캐릭터를 살렸다. ‘공공의 적’에서 보아온 설경구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여전하다.

영화의 제작사는 집. 2006년 문을 연 집은 ‘그놈 목소리’(2007년) ‘전우치’(2009년) ‘초능력자’(2010년)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 등 흥행작을 선보인 신흥 제작 명가(名家)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에 이어 차세대 한국 영화를 주도할 여성 제작자로 주목받는 이유진 대표가 집을 이끌고 있다.

2002년 ‘일단 뛰어’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재치 있는 연출을 선보인 조의석 감독, ‘태풍태양’(2005년) ‘푸른소금’(2011년)의 촬영감독 출신인 김병서 감독이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여름 극장가를 지배할 한국 영화 강자의 등장이 반갑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감시자들#설경구#정우성#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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