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난치병]<2부>어떻게 치료하나…⑥척수수막류

  • 입력 2004년 9월 12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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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은이(가명·여)는 얼마 전 100일 잔치를 치렀다. 그러나 이날이 있기까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은이는 척수가 피부 밖으로 드러난 상태로 5월 세상에 나왔다. 척수수막류였다. 태어나자마자 피부 봉합 수술을 받았다. 어려운 수술을 몇 차례 더 받아야 했다.

의사는 “신속한 조치로 지능 저하 현상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경은이는 한 달 만에 퇴원했고 지금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척수수막류란=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구성돼 있다. 척수는 온 몸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다발로 척추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태아 때 척추와 피부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척수는 피부 밖으로 노출되며 척수 액이 흐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척수수막류다.

이 병은 보통 신생아 1700명당 1명꼴로 생긴다. 배뇨, 배변 장애와 함께 보행 장애가 많이 동반된다. 그러나 75∼80% 정도는 인지기능이 정상이므로 사회생활은 충분히 가능하다.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한 수명에는 큰 영향이 없다. 감염으로 인한 신생아 패혈증, 폐렴, 신장 손상 등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10% 정도. 이 병은 간혹 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뇌척수 액이 순환하지 못하고 고이는 ‘수두증’이 대표적인데 이 경우 지능이 떨어지고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출산 전에 혈액 및 초음파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태어나면 먼저 감염을 막기 위해 척수가 나온 부분의 피부를 메워 주는 수술을 한다. 그러나 이 수술을 시행해도 척수의 기능은 살아나지 않는다.

이어 신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한다. 튜브를 통해 6시간마다 소변을 뽑아 줘야 한다. 배변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장 위쪽에도 튜브를 삽입한다.

임신 초기부터 엽산을 복용하면 척수수막류의 발생률을 50∼70%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에서는 임신부에게 엽산 복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관한 법 규정이 없다.

최근 자궁 안에서 태아의 척수기능을 살리는 태아치료 연구도 활발하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의학자들은 줄기세포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왕규창 교수, 정유남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다음 주제는 ‘선천성면역결핍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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