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건강/전립선비대증]찬바람 불면 "찔끔찔끔"…겨울이 싫다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02분


《수은주가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면 전립샘(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괴롭다. 전립샘 비대증 환자는 노화로 오줌길(요로)을 둘러싸고 있는 전립샘이 비대해져 오줌길을 누르기 때문에 평소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잔뇨감, 빈뇨 등으로 고생한다. 겨울이면 이같은 각종 배뇨 장애가 악화되기 십상이다.

겨울에는 또 오줌보에 소변이 꽉 차 있는데도 소변을 볼 수 없는 급성요폐(急性尿閉) 환자가 다른 계절보다 3∼5배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립샘비대증 환자는 선뜻 병원을 찾지 않는다. 초기에는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는데 내버려 두는 바람에 치료 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한 경우도 많다.》

▽겨울에 괴로운 병〓오줌보에 소변이 꽉 차면 오줌보가 일단 수축하면서 주위의 골반근육이 이완돼 오줌길이 열리며 소변이 배출된다. 그런데 날이 추워지면 배뇨 기능이 부실한 전립샘비대증 환자는 골반근육이 제대로 이완되지 못해 소변 보기가 힘들어진다.

또 겨울에 감기약을 무분별하게 복용한 경우에도 배뇨장애 증상이 악화되는 수가 있다. 감기약 성분이 방광과 요도조임근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발한(發汗) 작용이 방해받아 소변을 통해 수분을 배출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소변 보기가 힘든 사람의 고통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배뇨장애를 가진 사람이 겨울이라고 해서 모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배뇨장애 환자 중엔 심리적 요인 때문인 경우도 많아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면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전립샘비대증 환자가 아침에 일어나 처음 보는 소변이 잘 안 나오면 10여분 정도 산책 하면 수월하게 소변을 보기도 한다.

▽증세가 아니라 병〓전립샘비대증에 걸린 상당수 사람은 ‘불편한 증세일 뿐’이라고 여기며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치하면 방광결석, 요폐증 등이 생기기 쉬우며 콩팥이 손상된다. 전립샘비대증 환자 중 1% 정도는 이 때문에 숨지게 된다. 따라서 전립샘비대증도 조기 치료해야 할 엄연한 병이다.

▽진단과 조기 치료〓전립샘비대증이 의심되면 비뇨기과를 찾아야 한다. 비뇨기과 의사는 국제전립샘증상점수표(IPSS)에 따라 설문을 하며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진단한다. 의사는 필요한 경우 소변 및 혈액 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요도를 잘 열리게 하는 ‘α 차단제’나 남성호르몬 작용을 억제해 전립샘이 커지는 것을 막는 ‘5-α 환원효소 억제제’ 등 약물로 완치된다. α 차단제는 초기 환자의 60∼70%에게서 2, 3주 뒤부터 효과를 보이지만 두통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겪는 사람도 일부 있다. 5-α 환원효소 억제제는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약을 끊으면 전립샘이 다시 커진다.

▽증세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수술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요즘은 요도에 내시경을 밀어넣어 전기로 부은 부위를 잘라내는 ‘경요도 절제술’을 많이 한다. 이 경우 모세혈관이 터져 며칠간 출혈이 생기지만 곧 아물게 되고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게 된다. 전립샘이 지나치게 크면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시 과다출혈 발기부전 소변찔끔증(요실금) 등 부작용이 일부 생길 수 있다.

요즘에는 튜브를 꽂아 특수한 주파수의 열을 보내 전립샘의 비대조직 만 골라 태우는 ‘경요도 침 열소작술(TUNA)’을 비롯해서 온열치료, 레이저치료, 스텐트 삽입술 등 다양한 시술법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 이뤄지는 이같은 시술의 성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최한용 교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홍성준 교수, 부산 박용상 비뇨기과 원장)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전립샘이란

오줌보의 바로 아래에 요로를 둘러싸고 있는 장기. 오줌보의 앞쪽에 있다고 해서 전립선(前立腺)이라고도 불렸지만 올해 대한의사협회의 용어 개정 작업 때 ‘선(腺)’이란 용어 대신 같은 뜻의 ‘샘’으로 바뀌었다. 밤톨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대한해부학회에서는 밤톨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 호르몬의 작용으로 조금씩 커지며 성인 전립샘의 정상 무게는 20g 정도. 전립샘은 정액의 일부를 생성하며 특히 밤나무 냄새가 나는 독특한 성분을 만들어낸다. 성관계 때 소변과 정액이 섞이지 않도록 하며 고환에서 분비됐다 정낭에 고여있는 정자가 이곳을 통해 요도로 사출된다. 전립샘은 방광의 세균 감염을 막는 기능도 한다.

◇ 중년의 불청객 전립샘암 발병…사망률 급증세

전립샘암이 국내에서도 주요 암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3년 전립샘암으로 숨진 사람은 10만명 중 0.1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3명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또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지난해 전국 46개 종합병원 비뇨기과에 입원한 환자 1만2900여명의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85∼89년에는 이 병 환자가 150명에 불과했지만 95∼99년에는 1577명으로 급증했다.

남성에게만 생기는 전립샘암은 미국과 유럽에서 현재 남녀 모두에게 생기는 폐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의 암으로 영국 암연구소는 2020년경 선진국에서 이 암이 폐암을 제치고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립샘암은 세계의 유명 인사를 괴롭힌 암이기도 하다.

남아프리가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90년 이 병으로 수술을 받았다 올해 재발해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프랑스와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중국의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도 이 병으로 고생했다.

미국의 ‘클린턴 부부’는 전립샘암 환자는 아니지만 이 병과 인연이 깊다. 96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과 대결한 밥 돌 상원의원은 전립샘암 환자였고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과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맞서려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 이 병 때문에 중도 하차 했다.

캐나다의 피에르 트뤼도 전총리, 호주 출신의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도 전립선암 환자. ‘YS의 왼팔’로 불리다가 91년 숨진 김동영 전의원의 사인도 전립선암이었다.

이 병은 유전적 요인, 기름진 음식 섭취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나 식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이 병에 덜 걸린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선 90% 정도가 말기에 발견돼 고통 속에서 숨진다. 65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지만 최근 50대 환자도 늘고 있다.

조기에 병을 찾으면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로 완치시킬 수 있다.

병이 악화되면 암세포가 뼈와 림프절로 번져 심한 통증이 생기고 다리가 마비되기도 한다. 전립샘 암세포는 남성 호르몬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음낭을 절제해서 고환을 제거하거나 남성 호르몬의 양을 줄이는 주사를 한 달 한번씩 맞아야 한다.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는 약을 먹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성기능 장애가 올 가능성이 크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최한용 교수는 “50세 이후에는 1, 2년에 한 번씩 혈액검사의 일종인 PSA검사를 받고 만약 수치가 증가돼 있으면 직장 초음파 검사, 조직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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