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경마 승률20%는 주최측의 몫

  • 입력 2001년 5월 9일 18시 56분


‘경마장 가는 길’이란 소설을 보셨나요. 이 소설에서는 경마장 이야기가 한 줄도 나오질 않습니다. 작가 하일지는 현대 문학에서는 제목 자체가 하나의 수수께끼로 그 책을 읽는 독자를 끝까지 긴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작가의 의도 때문인지 경마장엔 과연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바로 ‘경마엔 확률이 통할까’입니다. 영국의 민영방송 채널4의 ‘수학의 미스터리’란 코너에서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경마의 확률은 항상 마권을 파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세마리의 말들이 경주에 참가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박마의 승률은 1/1, 즉 2경주 중 한 번은 이기며, 파발마는 2/1 적토마는 3/1입니다. 확률로 본다면 대박마의 승률은 50%, 파발마는 33%, 적토마는 25%입니다.

한 번에 1000원을 건다면 가장 공평한 도박이 되기 위해서는 파발마의 경우 이기면 건 돈에 2000원을 상금으로 더 받게 됩니다. 그래야 1000원씩 세 번 마권을 샀다고 할 때 두 번은 그냥 마권이 휴지조각이 되고 한 번은 이겨 3000원을 받아 결국 누구도 손해보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마권 판매자는 단지 판매 수수료만 챙겼을까요. 예를 들어 위의 말들로 12경주를 했다고 가정하면 승률에 따라 대박마는 6번, 파발마는 4번, 적토마는 3번 승리합니다. 세마리의 말들이 이기는 경우를 합하면 모두 13번입니다. 반면 경주는 12번밖에 안되니 결국 한 번의 승리는 그냥 숫자로만 존재하게 됩니다. 사라진 승리가 바로 마권 판매자의 몫입니다.

보통 경마나 카지노와 같은 도박에서 각각의 승률를 다 합하면 120%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20%는 바로 주최측의 몫이죠. 경마의 경우 영국에서는 승률의 합이 119%이며 아일랜드에서는 125%가 된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돈을 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하루를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경마장을 찾는다면 예상하지 못한 배당금이 돌아오지 않을까요.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