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과학의 역사를 바꾼 강연회 입장권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37분


영국에서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족이 함께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이 인기입니다.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의 역사는 18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영국 런던에 개설된 왕립연구소는 대중들에게 과학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공개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이 강연회를 이끈 청년 화학교수 험프리 데이비는 미남에다 화술도 뛰어나 당시 귀부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데이비의 과학강연이 있던 날 왕립연구소 앞길에 마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경찰이 동원돼 교통정리를 했을 정도였죠. 그래서 데이비의 과학강연회 입장권은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고 합니다.

이 입장권이 한 사람의 일생뿐 아니라 과학의 역사까지 바꿨습니다. 주인공은 데이비를 이어 왕립연구소 화학교수가 된 마이클 패러데이입니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10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난 패러데이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일찍부터 제본소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패러데이는 제본을 위해 맡겨둔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넓혀갔고 왕립연구소 소장의 눈에 띄어 데이비의 강연회 입장권을 얻게 됐다고 합니다. 데이비의 강연에 감명 받은 패러데이는 평생을 화학자로 살아갈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패러데이 역시 대중 강연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습니다. 양초 한 자루를 가지고 연소, 호흡, 기체의 성질, 물의 성질 등을 설명한 페러데이의 강연은 어린아이부터 성인들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그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집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양초에 불을 붙였다가 끄면서 패러데이를 흉내내는 게 유행할 정도였으니까요.

동아사이언스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극장식 과학강연회’를 격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데이비와 패러데이들은 강연과 관련된 SF영화를 보여주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로 강연장을 메운 청중의 숨을 죽이게 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는 강연회 동영상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어린 패러데이가 강연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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