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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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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과학기술원 김용헌 박사는 20일 대표적인 해충인 진딧물을 천적 벌을 이용해 박멸하는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시험 보급 중이라고 밝혔다.
진딧물은 상추, 오이 등 식물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는 해충. 농약을 써도 잘 없어지지 않고,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식물을 뒤덮어 폐허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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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지난 3년동안 국내 진딧물을 잘 죽이는 진디벌을 찾고, 진디벌을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기르는 방법 등을 개발했다. 특히 진디벌을 담아두는 ‘보리 화분’은 연구팀이 고생 끝에 개발한 토종 기술이다.
이 화분의 보리 잎에는 ‘보리진딧물’이 살고 있다. 연구팀은 보리진딧물 안에 벌이 알을 낳게 한다. 이어 이 화분을 하우스 안에 넣으면 진디벌이 깨어나 작물에 살고 있는 진딧물을 죽인다. 보리진딧물은 하우스 작물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김 박사는 “지난해 7㏊, 올해 100㏊ 170여개 농가에서 진디벌의 천적 효과를 실험한 결과 90% 이상의 농가에서 진딧물이 박멸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농장에서는 진딧물을 많이 잡아먹는 무당벌레 등과 함께 뿌려 더 높은 효과를 보기도 했다. 김 박사는 “일부 농가에서는 진디벌 효과가 거의 없었는데 이는 너무 늦게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진딧물이 확산되기 전에 진디벌을 투입해야 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적 곤충은 19세기말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농장을 깍지벌레가 휩쓸었을 때 미국 농부들이 호주에서 천적인 베다리아무당벌레를 수입해 박멸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최근 농약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일면서 자연친화적인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150여종의 천적곤충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생벌을 이용해 솔잎혹파리를 없애는데 성공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천적 곤충은 농약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며 “정확한 천적 사용법이 개발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