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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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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기술협회가 최근 전국 50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과학기술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중국 국민 가운데 기초적인 과학개념과 과학 연구방법에 대해 친숙한 사람은 1.4%로 1996년 조사에 비해 7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고도 경제성장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 이는 부유한 동부 지역이 낙후한 서부지역에 비해 과학기술 이해도가 4배가량 높은 데서도 확인됐다. 중국인 가운데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계층은 학생이었으며 남성이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물론 아직까지 선진국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1999년 미국에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전체의 17%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지난해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4%로 집계됐다. 중국과학기술협회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관, 대중과학강좌, 대학 내 과학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과 신설 등을 제시했다.
중국에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유럽인의 경우 절반 이상이 과학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으며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지난 봄 15개 회원국에서 총 1만6029명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이해도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과학에 관심이 없으며 과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절반가량이 다른 과학자의 연구성과가 악용되는 것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응답자의 80%가 과학자들의 연구활동을 규제할 윤리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어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더욱 강했다.
또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유전자조작농작물(GMO)이 환경에 해를 끼친다고 답해 최근 유럽을 휩쓴 광우병과 GMO 논쟁도 과학에 대한 신뢰 저하에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한국과 미국에서는 다수가 GMO가 이익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EU의 대변인은 6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전히 과학자가 전문직 가운데 의사 다음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고 대다수가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찬성하는 등 유럽인들은 아직까지는 과학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이라며 “문제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를 위해 과학 커뮤니케이션상 제정과 유럽 과학뉴스기구 신설 등의 과학 대중화 계획을 마련했다.
과학기술국민이해도 조사는 미국 과학재단이 1972년 처음 실시했으며 미국에서는 2년마다 한 번씩 조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1년, 1995년과 지난해 모두 세 차례 실시됐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내년 2∼3월에 과학기술국민이해도조사를 다시 실시할 예정이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