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23…낙원에서(1)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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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이다…벌써 오래전에 들어왔는데…빛이 보이지 않는다…어둡고 답답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왜 전기가 나간 거지, 쉭 쉭, 쉭 쉭,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몹시 흔들린다, 온 몸이 흔들린다, 뽀오오오오! 다리 사이로 한 줄기 아픔이 내달리고, 하 하고 숨을 들이쉬자, 터널에서 빠져 나와 있었다….

아아, 잠이 들었었나봐, 사카노 중위가 묵는 바람에 아침까지 한숨도 못 잤다…이제 슬슬 끝나려나…나미코는 눈을 뜨고 껑충거리듯 움직이는 남자를 보았다…열이 있다…어제는 몸 위에 올라탄 사카노 중위가 저 만치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다…아랫배가 묵직하고 아프다…이토 군의관에게 약을 받아먹고 있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밖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하지만 줄 선 사람들이 다 끝날 때까지는…금방 뒷사람이 들어오니까…아직 끝나려면 멀었다…몸이 절반쯤 땅에 묻혀 있는 것 같다…허리를 쑥 밀어올리면 바로 끝나는데…허리가 무겁다…점점 가라앉는다…남자는 가슴을 딱 맞대고 나미코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고는 허리의 움직임에 속도를 가했다…아야! 아야!

남자가 훈도시를 차는 동안에 나미코는 엉금엉금 방구석에 놓여 있는 놋대야로 기어가 웅크리고 카멜레온액에 사타구니를 씻고, 위생색을 풀어 크레졸 비누액에 넣으려는데…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나미코는 쇠창살 모양으로 새어 들어오는 저녁 햇살에 손을 뻗었다가, 떨리는 손으로 위생색을 풀어 파인애플 깡통에 넣으려는데 심한 열 때문에 원근감이 뒤틀린 탓에 아까 벗어놓았던 빨간 간편복 위에 떨어뜨렸다… 사방으로 정액이 흘러나왔다…아아 어떻게 하지…벽에 걸린 파란 간편복을 내리려는데, 다음 남자가 모포를 들쳐 올리고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그 쪽에 앉으세요.”

나미코는 알몸으로 돌아보며 인사를 했지만 목소리가 오르락내리락, 무슨 소리를 했는지 자기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나미코는 속바지를 내리고 훈도시를 푼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위생색을 끼워 주었다. 남자는 스무살 남짓한 지원병으로, 나미코의 젖가슴을 움켜잡더니 단숨에 안으로 들어왔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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