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엄정화의 연기 노래 사랑] 엄정화 “차만 마셔도 스캔들이 터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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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2일 07시 00분


■ 연기·노래 그리고 사랑 엄정화

지난 해 말 증권가의 사설정보지, 일명 ‘찌라시’에는 엄정화(40)의 결혼이 임박했다는 반짝루머가 등장했다. 그녀에게는 2007년부터 만나는 상대 남자(전준홍)가 있었고 나이도 있어, 결혼설은 꽤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소문은 한동안 연예가에 반짝 돌았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새 영화 ‘베스트셀러’ 개봉을 앞두고 6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그런 소문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며 “현재는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결혼 소문의 실체는 아이러니하게도 ‘결별’이었던 셈이다.
○ “사랑도 작품도, 운명이란 느낌이 있어야”

인터뷰이나 인터뷰어 모두에게 식상한 아이템이지만 그래도 빼놓고 가기는 웬지 허전한 질문. 바로 나이가 꽉 찬 스타의 결혼이야기다.

이미 지겹도록 그런 질문을 받았을 엄정화는 “일이 더 좋다” “일과 결혼했다”는 뻔하게 예상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나도 이러다가 결혼 못할까 두렵다”며 결혼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결혼할 남자는 처음부터 그 느낌이 있고, 첫 눈에 알아보게 되더라”는 주위 기혼자들의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도 그런 느낌이 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늦은 나이지만 아직 결혼이 우선시 되지는 않아요. 혼자될까 두렵기도 하지만, 한 눈에 ‘내 인연’이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주위에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할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결혼할뻔’ 했던 남자도 없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없었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있었지만, 청혼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어요. 프러포즈라도 받아야 결혼도 고민해볼 텐데, 아직 결혼을 고민하게 해준 남자가 없었네요. 내가 너무 일만 했나?(웃음) 그런데 나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스캔들이 났던 것 같아요.”

15일 개봉하는 영화 ‘베스트셀러’는 그녀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은 순간 ‘내 운명’이라는 ‘느낌’이 온 작품이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출연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베스트셀러’는 표절시비로 슬럼프에 빠졌던 작가가 재기에 몸부림치다, 어느 시골마을 별장에서 접한 이야기로 소설을 쓰지만 또 다시 표절혐의를 받게 되고, 그 혐의를 벗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엄정화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이끌어간다. 남성 영화가 득세를 하는 요즘, ‘여성 원톱 영화’는 통상 흥행이 좋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어 영화투자자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정화에게 ‘베스트셀러’는 한국의 대표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 원톱 영화’라는 점에 결코 현혹되지 않았다고 했다.

“작품에서 내가 맡을 역의 비중보다 시나리오가 얼마나 끌리느냐로 출연을 결정해요. ‘베스트셀러’는 여자 원톱 영화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재미없게 느껴지거나 흥미가 없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
○ “베스트셀러, 심신의 고통으로 빚어낸 작품”

영화는 운명처럼 만났지만, 촬영하는 동안에는 몸고생과 마음고생을 동시에 해야 했다. 배역을 위해 스트레스를 고통스럽게 가슴 속에 쌓아둬야 했고, 추운 겨울에 맨몸으로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고 산비탈에서 굴러야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녀지만, ‘베스트셀러’에서 창작의 고통을 안고 사는 예민한 성격의 작가 역을 맡아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을 드러내며 섬세한 내면연기를 펼쳤다. 특히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 창작욕을 불태우지만 불안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등 광기에 사로잡힌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배우 엄정화’를 재평가하게 했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쇄골이 앙상하게 드러나는 신경질적인” 백희수 작가의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7kg를 감량했다. 다이어트 자체가 힘들고 고통스런 일인 만큼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다. 엄정화는 그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고스란히 속에 담고 있다가, 히스테리 작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활용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겨울에는 두 달 남짓 진행된 촬영 동안 얼음장 같은 물속에 빠지고 산에서 구르는 등 몸을 사리지 않았다. 남편 역으로 출연한 류승룡의 매운 손도 엄정화를 힘들게 했다. 그에게 뺨을 맞고 코피를 흘렸던 일, 심폐소생을 위한 흉부압박을 너무 강하게 한 것은 엄정화로 하여금 울음을 터트리게 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촬영을 하다보니 매일 쉬지 않고 찍었어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죠. 류승룡씨 때문에 두 번 울었지만, ‘이런 든든한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이어트는 체중을 줄이는 대신 피부가 상하기 쉽다. 하지만 엄정화는 틈틈이 청주(淸酒) 반신욕을 하면서 아기피부 같은 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욕조에 청주를 붓고 반신욕을 하면 땀도 많이 나고 피부가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엄정화는 반신욕 초보자는 하루 20분으로 시작해 차츰 늘여갈 것으로 권했다.

‘베스트셀러’는 고통의 산물이지만 그 고통만큼이나 자신의 대표작으로서의 기대도 크다. “촬영을 모두 마치고 쫑파티 할 때쯤, ‘영화가 잘 안되면 배우 탓인데, 어떡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부담이 실감나기 시작했어요.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원톱 영화는 안된다’는 것을 증명해주면 안되잖아요. 다행히 시사회 반응 좋아 ‘영화에 폐를 끼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을 계기로 여자들의 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엄정화

1969년 8월생. 1남3녀 중 장녀. MBC합창단 출신으로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
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한 후 배우 가수 탤런트 등 전천후 활약을 하며 한국의 대표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개봉작 ‘해운대’로 ‘1000만 배우’ 경험도 해봤고, ‘몰
라’ ‘포이즌’ 등으로 인기정상의 가수로도 인정받았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p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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