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아이 나는부모]제1회 어린이국수전 우승 홍성지군

입력 1999-09-06 18:34수정 2009-09-2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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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인 홍상표씨(42·식당운영)와 이흥순씨(42·공무원)는 외할머니 손에 자라는 외동아들 성지(12·경기 성남시 장안초등 6년)가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늘 걱정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바둑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바둑을 통해 예절도 배울 수 있다기에.

사실 성지는 서너살 때부터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옆에서 아무리 불러도 못알아 들을 만큼 집중력이 강했다. 바둑에 딱 알맞는 성격. 시작한지 석달만에 학원 원장이 “바둑에 소질이 있다”며 개인교습을 권했다.

성지는 3학년 때부터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친척집에서 하숙하면서 한국기원에 혼자 바둑을 배우러 다녔다. 당시 전주에 살고 있던 엄마는 수도권으로 전근신청을 했으나 시간이 걸렸다.

엄마의 말. “아이에게 하루 네번 전화했어요. 아침에, 등교시간에, 바둑 배우러 갈 시간에, 돌아올 시간에.”

성지는 4학년초인 97년 엄마와 함께 살 수 있었고 그해 해태배 우승, 98년 오리온배 일석배 세진배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5일에는 소년동아일보와 삼신올스테이트 생명보험회사가 공동주최한 제1회 ‘어린이 국수전’에서 3600여명을 물리치고 ‘어린이국수’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성지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 98년 후반 한국기원 연구생 조편성에서 3주만에 5조로 올라가야 하는데 6조에 6개월이나 머물러 있었다.

성지가 대국에서 진 날 모자의 대화.

“바둑돌이 밉고 바둑두기 싫어요.”(성지)

“그럼 그만두지 그래.”(엄마)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예요.”(성지)

“그럼 책 읽다가 자라. 공부는 하지 말고. 엄마는 네가 공부 잘하고 바둑 잘두는 것보다, 아이들과 잘 지내고 책속에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많이 보는 것이 좋거든.”(엄마)

엄마는 “아이가 싫다고 하면 얼마든지 다른 길을 걷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지는 중학교 2학년때까지는 프로 입단할 각오라고 했다. 자신의 바둑 적성을 ‘발견’해준 엄마가 너무 고맙다면서.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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