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씨, 이럴땐?]학교폭력당한 자녀 침착하게 대응을

  • 입력 1999년 4월 25일 19시 59분


◆편지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 혼란스럽습니다.

단체 생활에 처음 적응하느라 아이가 조금 힘들어 하기에 자기수양에 도움이 되라는 뜻에서 날마다 아이를 성당에 보내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며칠전 아이가 혼자서 성당에 가는 길에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두 명의 형들이 갑자기 자기를 붙잡고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아이가 돈이 없다고 하자 내일 학교올 때 돈 1천원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랍니다.

아이는 “아빠, 내일 학교가서 그 형들 만나면 어떻게 하지”하며 걱정을 했고 저는 놀란 아이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아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학교가기를 두려워했습니다. 아이를 안심시키느라 며칠동안 학교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어느날 아이와 성당가는 길에 그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막 오락실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발뺌을 했습니다. 밖으로 나와 우리아이에게 직접 협박한 아이만 남겨두고 다른 아이는 보냈습니다. 혼자가 된 아이는 완강하게 부인하던 태도를 바꾸어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라며 빌었습니다.

다시는 안그러겠다는 다짐을 받고 아이를 돌려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밖에서 있었던 어려운 일들을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부모들이 먼저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보냅니다.(서울에서 한 학부모가)

◆답장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일어난 고교생 총기 난사사건이 세상을 또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범인들을 이 지경까지 몰고온 ‘정신적 폭력’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분의 고민처럼, 이렇게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학원폭력의손길이뻗쳐있다는데무엇보다 그심각성이있다고봅니다.

상처받은 아이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당했다는 일시적인 분노보다는 끝까지 같이 고민해 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협력자가 돼야겠지요. 힘들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원폭력은 비단 우리 아이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본부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학원 폭력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 만든다는 얘기도 합니다. 부모를 믿고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다가가는 것,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줄 수 있는 기다림, 그것이 우리 아이를 지키는 첫번째 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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