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씨 이럴땐?]가정형편 자녀에 알려 함께 극복을

  • 입력 1999년 4월 5일 19시 59분


▼ 편지 ▼

아빠가 20년간 다니시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언제부턴가 엄마도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지고 살림에도 소홀해졌습니다. 저는 엄마께 “왜 옷을 안 빨아놓았느냐”며 자주 짜증을 냈죠. 무남독녀 외딸 응석받이로 자라온 저는 너무 버릇이 없었어요. 엄마가 허리 좀 주물러 달라시면 “공부해야 하니 파스나 사다 붙이세요”라고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어머니가 가계를 돕기위해 파출부 일을 하시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어느날 밤 12시가 다 되어 들어오신 엄마께 저는 문을 열자마자 화부터 냈죠.

“엄마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아. 아무리 어려워도 그렇지 파출부가 뭐야? 정말 창피해.”

자초지종을 알게된 아빠는 제 뺨을 때리셨습니다. 22년만에 처음 맞았지요. 엄마는 “아빠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한 일이었다”며 고개숙여 우셨습니다. 엄마께 사과하라는 아빠께 “아빠도 미워요. 사업을 잘 하셨으면 왜 엄마가 그런 생각까지 하시겠어요”라고 대들었어요.

저는 철이 없었어요. 힘든 내색도 않으시고 용돈도 풍족히 주시고 엄마가 그렇게 힘들여 번 돈으로 전 메이커 옷만 찾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팍팍 쓰고….

제가 요즘 일찍 나가니까 엄마는 “내가 보기 싫어 그러니”하십니다. 사실 저 요새 아르바이트해요. 며칠뒤면 제가 생전 처음 일해 번 돈을 타요. 그 돈은 엄마에게 다 드릴 생각이에요. (한 대학생)

▼ 답장 ▼

처음에는 아빠에게 맞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고 아르바이트까지 시작했다니 달라진 마음을 칭찬하고 싶네요.

자녀들은 사실 부모님 마음을 너무 모르죠. 부모가 되어보면 부모 마음을 안다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너무 위해주며 키워서는 안됩니다. 부모가 아프면 아프다고 일러주고, 어려우면 어려운 것을 알려주는게 좋겠습니다. 미리 솔직하게 털어놓고 협조를 구했더라면 서로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부모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협조를 구하면 그 나름대로 힘을 모아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얼굴을 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가족에게 더 인색한 것 같습니다. 얼굴이 어두우면 왜 그런지, 갑자기 편찮으면 왜 편찮으신지 서로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싶어요. 더 행복한 가정이 되실 것 같아 편지를 내려놓는 제 마음이 그리 무겁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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