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오바마가 北-中에 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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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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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한중일 순방이 12일 시작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은 6자회담 재개 여부와 북-미 대화의 시기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특히 관심을 끈다. 한미(韓美)가 지난달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북핵 문제 논의를 초조하게 지켜본 것처럼 북-중(北-中)도 한미 정상의 회동을 주목할 것이다.

6자회담 대립구도 극복해야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대립구도를 원죄(原罪)처럼 짊어지고 태어났다. 중국과 북한, 한국과 미국이 각각 레슬링의 태그매치처럼 한편이 돼 맞섰다. 2003년 8월 6자회담이 시작된 이후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미와 북-중의 대립이 불거져 걸림돌이 됐다. 북한은 2 대 2 대결 양상으로 진행된 회담을 방패막이 삼아 뒷전에서 핵개발을 지속해왔다. 그래서 6자회담 무용론(無用論)이 나오는 것이다.

6자회담은 다음 달이면 중단된 지 만 1년이 된다. 그 사이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북-중 한미 대결구도는 더욱 심각해졌다. 북한과 중국은 원 총리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최신 공조전략’을 만들었다. 원 총리는 김 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도 모자라 6자회담 파트너들에게 훈계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평양 방문 직후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기회를 제대로 틀어쥐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 기회를 잡고 이용해야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각국이 인식하고 파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의 격려에 힘을 얻어 최근 핵 보유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고 추출된 플루토늄의 무기화에 성과가 있었다’는 3일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는 핵을 포기하려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미가 대응할 차례다. 북핵 폐기가 오바마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공동 목표라면 이번 회동에서 북-중을 향해 분명하게 “정신 차려라”고 말해야만 한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북한과의 혈맹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들의 논리가 통한다. 그들은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막고, 북한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인 원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중국의 정치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으니 대북(對北) 레버리지를 활용해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략주의자(strategist)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소수다. 중국은 8월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정모 씨(81)를 3개월째 병원에 구금하고 있다.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면서 비인도적 행위를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北-中, 잘못 가고 있다

얼싸안고 돌아가는 북-중 연합전선을 깨지 못하면 북핵 해결은 불가능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방문에 각각 1박 2일을 할애했지만 중국 일정은 3박 4일이나 된다. 중국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한국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북-중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아프간 보호병력 파견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미동맹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노무현 정부 때도 이라크에 자이툰부대를 보내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아프간 파견이 국제적 의무 이행을 위한 것이면서 한미동맹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야 한미의 북핵 공조가 힘을 얻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인류 공통의 과제에 맞서 행동하라는 요청”이라고 풀이했다. 인류적 과제가 분명한 북핵 폐기를 이루려면 한국과 공조해 북-중과의 힘겨루기에서부터 이길 생각을 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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