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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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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와 같은 것이다. 마냥 추락할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상승세로 돌아선다. ‘불황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아무리 심한 불황이라도 기업은 수확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요즘 경기 침체의 원인은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반도체산업의 수지 악화, 끝없이 계속되는 정쟁(政爭) 등이 복합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부진도 빼놓을 수 없다. IT산업은 미국 경제가 10년간 호황을 누리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IT산업의 침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응용 산업의 부진이 눈에 띈다. IT 기반시설(인프라)산업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제는 인프라산업을 대신해 응용서비스 시장이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는 그동안 닦아놓은 인프라 위에서 응용산업을 꽃피워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에 역점을 둬야한다.
첫째,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한국에서 인터넷 활성화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것은 사이버 주식거래나 PC방 붐이었다.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 장비가 아무리 우수해도 좋은 콘텐츠가 없으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할 때 방송 문화 관광 보건 복지 체육 등과 관련된 콘텐츠 및 상거래 분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둘째, 국내 시장만 쳐다보는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항상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최근 한국 IT기업의 해외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정부에 적용한 금융 재정 법무 시스템이나 사이버 아파트 서비스가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고 있다. 또 인터넷 붐에 힘입어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게임이나 과금(Billing)시스템이 일본에 수출되고 인터넷 전화가 동유럽에 진출했다. 이미 내수시장에서 검증된 경쟁력 있는 응용 서비스부문을 해외시장에 내보내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이와 함께 이제는 아예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응용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때다.
셋째, 기업 구조조정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업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실직자 재취업을 위해 2, 3개월 과정의 IT교육에 많은 재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경제사정으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실직자를 수용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긴 안목의 새로운 실업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직장을 떠난 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재직 시 준비하게 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Outplacement Program)은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가족기업(Family Business)을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족기업은 비용도 적게 들고 조직화합 등을 위해 별도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므로 무척 효율적이다.
장마가 오든, 가뭄이 오든 착실히 준비하는 자에게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돌아온다. 새로운 자세와 각오로 경기가 상승 곡선을 그릴 때에 대비하자.
강 세 호(유니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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