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김홍기/평등한 인터넷세상을 꿈꾸며…

  • 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36분


김홍기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김철호 영감님의 칠순잔치가 1월 5일 입니다. 마을 청년들은 일을 도와 주시고 어르신들은 오셔서 즐거운 시간 되세요.”

“이번 노인회에서 논의한 안건인데, 우리 여행은 내년 봄에 가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 참고하세요.”(중략)

요즘 ‘정보화 마을’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강원 원주시 신림면 황둔·송계리 마을 홈페이지(www.kwcv.or.kr/Village/) 의 노인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들이다.

이 마을의 심옥남 할머니는 도시의 손자들과 e메일을 주고받는 등 ‘인터넷 할머니’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인터넷에 심취해 있다. 정보화가 어려운 오지마을에서, 그것도 노인분들이 인터넷을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홈페이지에는 마을에서 생산한 각종 농산물을 인터넷을 통해 제값 받고 거래할 수 있는 장터가 개설돼 소득증대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도시와 농촌간 산업 불균형이 정보화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는 산업사회의 불균형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실시한 ‘인터넷이용자 및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학력, 연령, 직업의 순으로 정보격차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소득수준, 거주지역, 성별에 의한 격차는 상대적으로 낮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정보 격차는 환경적 요인보다는 학습열의와 인터넷생활화 노력 등 개인적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들어 정보격차는 정보를 쉽게 얻고 이용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으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보격차 현상이 심화되면 정보의 획득 및 활용 능력에 따라 소득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은 정보소외를 느끼는 계층의 불만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위험이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인터넷 사용시간과 초고속 통신 이용률에 있어 세계 정상급이다. 이러한 국민의 뜨거운 인터넷 열기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편리한 인터넷 사용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함께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정보화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정보격차 해소 특별법’을 제정했다. 저소득자와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정보접근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보이용의 혜택을 주기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국 19개의 정보화 시범마을을 추가 선정해 올해 말까지 해당 마을의 각 가정에 인터넷PC와 소프트웨어 설치, 마을정보센터 건립 등 전자마을 설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황둔·송계리 마을은 전국 최초의 정보화 시범마을로서 앞으로 추진될 농어촌 정보화 사업의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정보화를 위한 정부와 국민의 지속적인 노력은 우리나라를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차별없이 얻을 수 있는 나라, 정보화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일등국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