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양인모/건설 침체 플랜트 수출로 길 뚫자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23분


외환위기로 곤두박질쳤던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상태에서 헤매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시책과 대책이 들먹여지고 있지만 건설경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지난 1분기 국내 건설수주 금액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가 줄어든 10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실물경제가 다소 회복되는 추세에 있지만 설비투자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업계 특성상 상승 기류를 타기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것이다.

내로라 하는 대형 건설회사가 퇴출된 것처럼 대마불사의 신화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5000여개의 건설회사가 난립한 가운데 ‘제한된 파이’를 놓고 벌이는 국내 시장에서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계속되는 양상이다.

기술과 경험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 건설업이다’라는 잘못된 인식과 제도가 오늘 우리나라 건설시장을 혼란에 빠지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단순 시공의 인건비 경쟁 시대는 이미 사라졌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엔지니어링의 개념이 홀대받고 있다. 선진국의 주요 건설 및 플랜트 관련기업들의 예를 보면 우리 업계의 ‘나갈 바’가 보인다. 플랜트 비중이 높은 벡텔이나 테크닙 등은 세계경기가 불황인데도 연평균 1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토목, 건축의 비중이 높은 포스터 휠러 등은 정체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이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춘 기업이 국제무대로 적극 진출해야만 기업회생뿐만 아니라 산업의 재도약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플랜트산업은 고도의 설계, 제작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 서비스를 필요로 하므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설계 및 엔지니어링에서부터 컨설팅, 기자재 제작, 시공, 시운전, 나아가서 파이낸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문에서 수익을 낼 기회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산업의 연관효과가 크다. 또한 통상마찰이나 수입규제가 거의 없어 주요 기자재를 수출함으로써 얻어지는 외화 가득률이 제조업 평균치(55%)를 훨씬 웃도는 74%에 이른다.

올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 플랜트 및 건설 수주계획은 100억달러 규모다.그러나 국가신인도 하락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제2의 중동특수 상황인데도 1분기에 우리 기업들의 해외 수주는 17억달러에 그쳤다.

780억달러로 전망되는 중동시장을 비롯해 서서히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권, 그리고 중남미 등지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공동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해외 선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확대와 공동 수주를 통해 기술 수준을 한차원 높이고 장기공사에 따른 금리, 환율 등의 리스크를 분산시켜 나가야 한다.

개도국에서 발주되는 플랜트는 국책사업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한 차원 높은 영업활동에다 이번 정부 고위층의 중동 순방과 같은 우리 정부의 활발한 통상외교가 계속된다면 플랜트 수출강국의 미래는 성큼 다가올 것이다.

70년대 중동특수를 발판으로 고도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우리에게 플랜트 수출은 경기둔화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임이 분명하다.

양인모(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겸 한국플랜트엔지니어링 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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