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달승]對이란 외교의 전제 조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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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
마침내 37년 만에 이란이 국제무대로 복귀했다. 국제사회의 트러블 메이커로 불리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던 이란에 쏟아지는 세계의 관심과 반응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란은 자원(원유, 천연가스, 광물), 인구(8000만 명), 지리(자원의 보고 걸프 만과 카스피 해의 연결)라는 3박자를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특히 오랜 세월 서방세계와의 관계 단절로 지구촌에 남아 있는 마지막 미개척 시장이기도 하다.

최초의 세계제국인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했던 이란인은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민족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온갖 불이익과 피해를 감수하고도 미국에 맞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의 원천도 바로 이런 자존심이었다.

이란인들은 아랍인들에게 정복당해 이슬람으로 개종했지만 주류인 수니파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시아파를 창조해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고수했다. 시아파는 수니파와 달리 소수의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이슬람 종파로, 강한 저항의식을 갖고 있으며 성직자의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배경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서방의 이란 제재에 반대함으로써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이란 제재에 참여했으나 이란의 전통적인 경제 파트너로서 핵협상 타결 이전에 사절단을 보내 한발 빠르게 대처했다.

우리 정부는 2010년 9월 8일 ‘대(對)이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929호 이행 관련 정부 발표문’이란 이름으로 이란 제재에 동참했기 때문에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교역·투자 지원센터 설립, 중단됐던 장관급 경제공동위원회 재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등이 현재까지 제시된 해법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마도 이란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 것 같다. 이란이 앞으로 국제사회와 공존하는 시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과거처럼 서방 세계와 사사건건 대립할 것인지.

이란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변수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미국 대선의 결과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경우와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어 정권교체를 통해 기존의 핵협상을 파기하는 강경책을 구사할 경우가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미국의 중동정책은 적극 개입에서 중재로 바뀌면서 중동의 세력 균형과 견제라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이란 국내 정세의 변화이다. 26일 이란의 총선과 전문가회의 선거를 통해 치열한 내부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10년간 이란의 정치 현실은 그리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임기가 2년 남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재임이 확실시되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는 모하마드 자리프 외교장관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14일 타결된 최종 합의안은 이란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65일 이내에 경제제재가 부활하고 10년간 준수할 경우 모든 조항은 무효화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정상외교를 통해 외교관계를 강화하고 경제 중심에서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교류를 확대시켜 공공외교를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갖고 있다는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틀리다’보다는 ‘다르다’는 시각으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진정한 공공외교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
#이란#외교#아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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