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일산 마두 단독주택/안마당엔 하늘이 가득

  • 입력 1997년 11월 17일 07시 52분


일산신도시 정발산공원과 가까이 있는 마두동 주택을 설계하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인 대목이 마당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장 포근한 공간으로 기억하고 있는 전통주택의 안마당을 본받아 크기를 정하고 그 느낌이 살아나도록 했다. 벽과 지붕선으로 갇힌 하늘이 마당에 가득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넓은 도로와 넉넉한 녹지로 이어져 있는 이 마당은 목재데크를 통해 거실로 통하게 했다. 툇마루를 사이에 두고 어머니 방을 놓고 아이들이 단숨에 마당으로 뛰어나올 수 있도록 아이방을 만들었다. 2층에서도 주인침실의 발코니와 사랑방을 향하는 브리지가 마당으로 열려 있게 했다. 이렇게 해 모든 집안생활이 안마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마두동 주택에는 젊은 부부와 첫돌을 맞은 아이 그리고 할머니가 같이 살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 경험하게 될 세상이 내가 디자인하는 집이라는 생각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자기만의 공간이 꼭 필요할 때까지는 같은 방에서 키운다. 서로 싸우기도 하며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많게 해 저절로 형제의 정이 다져지도록 한다. 천장이 높은 아이방에는 다락을 내 그 아래에서 놀게 하고 그 위에서 잠을 자게 한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방을 같이 사용하지만 조금씩 다른 자신의 구석도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집안 곳곳의 풍요로운 공간을 즐기며 그 집의 주인으로 성장하도록 만든다. 서양의 집이 밖에서 보여지는 집이라면 우리네 집은 안에서 밖으로 내다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마두동 주택은 내부공간이 중첩돼 이어지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향하도록 돼 있어 좋은 풍경이 안으로 바로 들어오게 설계됐다. 그리고 어머니방, 2층의 사랑방, 옥상의 정자는 별채로 만들어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운치있는 장소가 되도록 했다. ▼약력 △서울대 건축과 대학원 졸 △중앙대 건축공학과 출강 △경기도 건축문화상 수상 △고속철도 천안역 프로젝트매니저 02―589―1025 권문성 (아뜰리에17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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