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수들, 스팩 투쟁 학생들…한국 대학 신기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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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톡톡]내가 본 한국대학-대학생
교수님들 영어강의능력 떨어지고 주입식 암기 많아 회의감
질문할줄 모르는 한국 대학생들… 대학원도 목적없이 들어와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현재 국내에는 8만 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이 각 대학의 학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학 평가 항목에 ‘국제화 지수’가 크게 반영되면서 국내 대학들도 앞다투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강의 기적’을 공부하기 위해서, 또는 한류 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면서 한국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네팔,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유럽, 북미 국가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한국 대학의 국제화와 한국 대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명재연(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문성민 동아일보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유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별 국적이 아닌 ○○지역 출신으로 표기했습니다.

“들을 만한 영어강의가 없어요”

―국제화를 추구하는 대학에서 유학생에게 한국 학생처럼 말하고 쓰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1년 동안 한국어만 공부하고 한국 학생들처럼 배우려고 애도 썼다. 한국어가 서툰 유학생이라도 교수들은 유학생과 한국 학생을 똑같이 대우하는데, 한국어로 하는 강의에서 한국인 학생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강의도 부족한데…. 교수님께 하소연하면 “유학생은 앞으로 한국에 오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겨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동등함’의 의미를 좀 더 다르게 생각했으면 한다.(석사·생물학·남미)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외국인이 한 명만 있어도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로 인한 불편은 전혀 없다. 다만, 논문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면서 실험 도구를 주문하거나 장비를 사야 할 때 한국어가 서툴러 전화하는 것이 힘들었다. 교수님이 도우미 학생을 배정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박사·핵공학·동남아시아)

―한국에 온 유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보면, 영어 수업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높다. 교수들의 영어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강의 내용에 실망하는 학생이 많아서다. 학생들은 마음껏 질문할 수 없고 주입식으로 암기해야 하는 수업 방식에도 만족도가 낮았다. 한국 대학교에서 4년 동안 뭘 배웠는지 회의가 든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다.(유학생 협의회 상담자)

―신문방송학과 수업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고 말하는 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교수님은 사투리를 쓰거나 말을 줄여서 설명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했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영어강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어쩔 수 없이 한국어 강의를 들어야 한다면 교수님에게 쉽게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학부·미디어·아프리카)

유학생의 한국 생활수준은 한국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한국에 들어온 순간, 이건 순전히 개인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유학생을 받아 놓고 학교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 교수님이나 한국인 친구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게 좋다”고 하는데 배우라고 할 뿐 기본적인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수강 신청, 기숙사 생활 등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학내 생활도 거의 알음알음 물어서 간신히 처리한다.

―유학생이 들어야 할 수업도 마찬가지. 영어강의에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 들어왔는데 결국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됐다. 교재는 영어로, 수업은 한국어로 한 셈이다.(석사·기계공학·동남아시아)

내겐 너무 먼 교수님

미국에서 학부를 다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학교의 차이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우선 한국인 교수들은 학생과의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강의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화면에 띄워놓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교수들이 ‘오피스 개방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학생들이 그 시간만큼은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교수들을 찾아가서 일상의 고민이나 대학 수업 내용과 관련된 지적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질문하는 것도 자유롭다. 이곳은 교수가 성적을 줄 때도 일방적으로 매기고, 그와 관련된 이의 제기도 어렵다.(학부 교환학생·미국)

―내가 낸 과제물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고쳐 달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왜 점수가 그렇게 나왔는지 여쭤보는 e메일을 보냈다. 답이 계속 오지 않다가 단답형으로 답변이 왔다. 더이상 뭘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학부·경제학·아프리카)

―외국인 유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예 모르는 교수가 많다. 대학들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오리엔테이션’을 먼저 하는 게 어떨까. 아시아나 아프리카,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교수들의 태도에 상처받고 교수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몰라 많이 헤맸다고 한다.(유학생 협의회 상담자)

“적응할 때까지 학교가 좀 도와주세요!”

―대학들의 정보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처음에는 한국말을 아예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학교 홈페이지와 각종 공지가 대부분 한국어로 되어 있어 중요한 정보를 때맞춰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들이 선이수 과목, 전공 이수 학점, 교양 학점 등 졸업 요건을 카탈로그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배포해줬으면 좋겠다.(석사·인문학·동남아시아)

―유학생들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다. 나는 무슬림인데, 한국 음식에는 내가 먹을 수 없는 고기나 재료가 들어간 경우가 많다. 세 끼를 모두 해먹어야 될 때도 있는데 주방이 딸린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하면 매우 곤란하다. 앞으로 더 다양한 학생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는 만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학부 교환학생·아프리카)

―내가 다니는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매우 적극적이어서 만족스럽다. 2010년부터 유학생 전용 국제 오피스가 생겼고,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유학생들이 제대로 적응하는지 계속 살펴준다. 유학생들이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원하지만 먼저 다가가 친구를 만들기가 참 어렵다. 학교가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유학생들과 연결해 준다든지, 유학생들이 보다 쉽게 한국 사회에 섞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박사·이공계·아프리카)

―한국 정부나 대학들이 ‘국제화’의 의미를 제대로 정립해줬으면 좋겠다. 만약 외국인들을 한국이라는 나라에 일률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무리 없이 적응하며 살도록 하는 의미라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독립적인 오피스와 스태프를 둬야 한다.(박사·경영학·아프리카)

내가 본 한국의 대학생들은…

―미국의 사립 대학교는 자본이 워낙 많아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걱정 없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장학금 제도가 너무 미비해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 같다. 미국 대학들은 일단 자기 학교에 합격한 우수한 학생들은 학비 걱정이 없도록 지원해 준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것 같다.(학부 교환학생·미국)

―미국 대학생들은 대체로 자기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네임 밸류만 따져서 학교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전공 선택이 자유롭고 자신의 전공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반면에 한국 대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고 스펙 쌓기에 매몰되어 전공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학부 교환학생·미국)

―한국 대학원생들은 질문을 너무 안 한다. 교수의 말에 많이 따르는 느낌이다. 내 모국에서는 아무나 대학원을 다니지는 못하는 데 반해 한국 대학생들은 졸업해도 딱히 취직할 데가 없어서 보험 삼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사·이공계·아프리카)

―한국인 친구들이 안쓰럽다. 공부하느라 바쁘고, 아르바이트 하고. 그래도 내가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하거나 휴대전화 개통을 못해 절절맬 때 서로 도와주겠다는 한국인 친구들을 보며 감동받았다.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과 좀 더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석사·경영학·남미)

―한국 학생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1등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경쟁적인 측면이 낯설었지만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느낀 바가 컸다.(학부·성악·동남아시아)

―1학년 때 MT를 처음 갔는데 MT 장소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술만 마시는 한국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놀란 건 그 다음. 한국 학생들은 그렇게 놀면서도 발표 자료를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중간·기말 시험 기간에는 밤새워 늦게까지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학부·경영학·미국)

정리=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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