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아름다운 약속’ 지키고 떠난 30대 회사원 김상진씨

  • 입력 2004년 12월 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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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상태에 빠진 한 30대 청년이 7명의 다른 환자에게 심장, 간장 등 장기와 각막을 기증했다.

(재)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뇌동맥류 파열로 갑자기 쓰러진 뒤 뇌사상태에 빠진 김상진 씨(31·회사원·사진)의 가족은 김 씨의 생전 서약에 따라 2일 서울 강남삼성병원에서 그의 장기를 기증했다.

이는 국내에서 생전에 ‘뇌사 시 장기 기증’ 서약을 한 8만여 명 중 실제로 서약을 지킨 첫 번째 사례다. 본인이 서약했더라도 가족이 반대하거나 서약 사실을 몰라 기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김 씨의 가족 중에도 반대가 없지 않았으나 아들의 귀한 뜻을 존중하고 싶다는 어머니 박기월 씨(53)의 의사에 따라 기증이 이뤄졌다.

어머니 박 씨는 깊은 슬픔 속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일부가 전해져 생명을 이어주게 됐으니 아들도 좋아할 것”이라며 “아들의 헌혈증서도 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장기기증 서약을 한 것은 대학에 다니던 1999년. 어머니 박 씨가 “훗날 숨을 거둔 뒤에도 여러 사람을 살리고 싶다”며 먼저 서약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할 정도로 건장했던 김 씨는 헌혈을 많이 해 대한적십자사의 표창을 두 번이나 받았다.

김 씨의 췌장은 소아형 당뇨로 20년 이상 투병하던 임모 씨(44·여)에게, 심장은 확장성 심근증을 앓고 있던 박모 씨(45)에게 이식됐다. 각막은 박모(20) 손모 씨(24)에게, 신장은 오랫동안 만성신부전을 앓아 온 윤모(34·여) 엄모 씨(42·여)에게 각각 한 쪽씩 이식됐다. 간은 급성 간부전증 환자 이모 씨(31)에게 이날 성공적으로 전해졌다.

김 씨와 사내 동료로 만나 9월 결혼한 부인 김양희 씨(33)는 “상진 씨가 모두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면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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