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년뒤 뭘로 먹고사나]‘잊혀진 공룡’ 佛 톰슨社

입력 2002-03-31 21:29수정 2009-09-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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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많은 기업들도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것처럼 기술에서는 선발업체에 밀리고 가격에서는 후발업체에 밀리는 상황에 처하곤 했다.

그중 성공적인 해법을 찾아낸 기업은 선도적인 위치를 굳혔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은 결국 쇠락(衰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세계적인 가전업체였던 프랑스의 톰슨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해 수위 자리를 빼앗기고 계속해서 뒤처진 경우.

톰슨은 1988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으로부터 RCA사를 인수하면서 세계 가전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RCA는 세계 최초로 컬러TV를 발명, 독자기술을 보유한 일본 소니를 제외한 세계 모든 컬러TV 제조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던 회사.

톰슨은 안정적인 수익원과 뛰어난 제품 덕분에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 가전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90년 중반 경쟁업체들이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아시아의 후발업체들이 값싼 제품으로 공격해오는 동안 기술혁신에 성공하지 못해 시장 주도력을 빠르게 잃어갔다. 브랜드 가치는 급격히 퇴색해 신흥 브랜드들에 점유율을 빼앗겼으며 고가(高價)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시판했던 브랜드마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미국 등 공장의 원가 경쟁력 악화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면서 96년 34억프랑, 97년 28억프랑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의 대우그룹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노조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실패했다.

이후 톰슨사는 해외매각을 포기한 채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으나 세계시장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으며 로열티 수입과 일부 사업부문의 적은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작년에는 가전부문에서 1억3000만유로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22% 감소한 것이다.

산업 전문가들은 톰슨의 사례에서 보듯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브랜드 가치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후발업체들에 밀려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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