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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발언대]이원우/긴급상황서도 연주 "고마워요"

입력 2001-12-02 18:33업데이트 2009-09-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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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초등학교는 52개 학급에 200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다. 지난달 16일 군악대를 초청해 연주회를 갖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전날 밤 갑자기 군부대 기관장이 바뀌어 이취임식 관계로 연주하러 올 수 없다는 소식을 받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실망할 것인가 생각하니 청천벽력 같았다. 이 학교 교장인 나는 용기를 내어 군부대에 전화해 사정을 설명했다.

“군악대를 좀 보내 주실 수 없는지요? 오늘 연주가 펑크난다면 어린 학생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어떡하겠습니까?”

5분쯤 지났을까. 군악대가 우리 학교로 출발했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연주가 시작돼 조용한 음악이 흐르자 어린이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았고, 동요가 연주될 때면 손뼉으로 흥을 돋우었다.

‘부산 갈매기’가 연주될 때는 사직구장을 옮겨 놓은 듯했다. 군악대의 아름다운 선율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을 한 시간 넘게 수놓았다.

그들이 떠나고 난 뒤 내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그 날 육군 군수사령부 군악대도 계획된 연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을 위해 단숨에 달려와 연주해 주었고, 이로써 나는 군을 한없이 신뢰할 수 있었다. 긴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준 것은 군이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다시 한번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

이원우(부산 명덕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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