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언대]“정대 큰스님 국민에 사과하시길”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27분


사회의 복리후생을 향한 좌표를 제시해야 할 불교의 주제와 책무를 망각하고 현실 정치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으로 사회혼란을 가중시킨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과 전국의 모든 스님들에 대해 불자들은 물론 전 국민이 얼마나 많은 절망과 비통함을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꺼져 가는 마지막 생명의 임종을 지켜보는 심정보다 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 빈번히 이어져온 불조의 혜명(慧命)은 그 어떤 원인으로도 결코 완전한 소멸과 단절이 있을 수 없다는 철칙에 자위하자고 제의하면서 정대 큰스님께 간절히 건의하오니 깊이 사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큰스님께서는 이번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 발언 파문이 진의가 오보됐다고 주장하시는데 소승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합니다. 그러나 불교적 견지에서 해석할 때 세속적인 해명과 군색한 변명보다는 조용한 곳에 내려가서 상구보리(上求菩提)하는 것이 사회의 실망과 아픔을 다소 덜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후학들의 체면과 불교의 위상을 생각해서도 인과의 법칙을 인정하는 모범을 보여 주십시오. 오늘날 한국사회 현실을 어렵게 살아가는 다수는 스님의 언행에 실망하고 있음을 사료하고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는 길만이 불조의 혜명 앞에 참회는 물론 전 종도가 국민 앞에 이번 사건을 참회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입니다.

능 원(대한불교 조계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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