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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스콧 보이어/소주 ´원샷´에 얽힌 일 술술

입력 2002-11-01 18:26업데이트 2009-09-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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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 부임이 결정되었을 때 주위에서는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음주는 필수이고 ‘원샷’이 강요되는 회식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걱정 섞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필자가 사전 지식을 얻으려 구입한 서적에도 한국의 음주문화는 술을 즐긴다기보다는 누가 더 빨리 많이 마실 수 있는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등 두려운 내용 일색이었다.

그리고 소주와의 만남.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소주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 소주는 한국에서는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마치 미국에서 수프 광고에 흔히 쓰이는 “간밤에 뭘 먹었지?”하는 대사처럼 한국에서는 소주가 일상 생활의 한부분이었다. 처음 소주를 대했을 때는 작은 잔에 담긴 무색의 술을 한꺼번에 들이켜는 동료들의 다양한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무심코 필자도 따라 마셨는데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알싸한 맛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괜찮은 걸…”하며 동료들과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서 연거푸 ‘원샷’을 외친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머리에서 발끝까지 참을 수 없는 심한 오한을 느꼈다. 마치 신체의 한쪽 부분에만 진동 스위치가 켜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괴로움도 잠시, 한국식 해장국을 경험해보지 못한 필자는 그동안 시원한 콜라로 속을 푸는 나름대로의 비법도 익혔다. 어찌됐건, 마음의 병까지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인 소주의 마력에 필자는 금세 빠져들었다. 또한, 커다란 눈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광고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도 시청하게 되었다.

솔직히 그동안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옆자리의 동료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지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회식 등의 모임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과 두터운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요즘은 사무실에서 하기 힘든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숨겨둔 ‘끼’가 발산되는 회식 자리가 은근히 기다려진다. 게다가 지금은 술자리가 있으면 으레 내가 먼저 “원샷”을 선창하곤 한다. 일을 하다 빚어지는 사소한 오해들과 섭섭함도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여하튼, 이 신비스러운 약효를 지닌 소주를 전 세계적으로 마케팅해 세상 만사의 해결책으로 활용한다면, 세계 평화를 위해 모두 다 잔을 높이 들어 “원샷”을 외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말에 머리 끄덕여 동의한다. ‘술로 인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많다.’

▽스콧 보이어는 누구?▽

1963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나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90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 입사해 애틀랜타, 콜로라도, 세인트루이스 등 미주 지역의 메리어트 호텔 및 지역사무소의 영업이사를 역임했다. 2001년 2월부터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판촉이사로 재직 중이다.

스콧 보이어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판촉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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