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극과 극은 通”… 악재 속에서도 호재는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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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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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공포심을 극복하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nb@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nb@donga.com
중국 전진시대의 고사에 풍성학려(風聲鶴唳)라는 말이 있다.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라는 뜻으로 싸움에 패한 병정이 바람소리나 학의 울음소리도 적군인 줄 알고 놀라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같은 고사에서 유래된 초목개병(草木皆兵)이라는 말은 온 산의 풀과 나무까지도 모두 적병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적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하찮은 모습에도 겁냄을 이른다. 풍성학려가 청각에 의한 공포라면 초목개병은 시각에 의한 공포라고 하겠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사망자 수가 아니라 겁에 질린 병사의 수로 판가름난다’는 아랍 속담도 전쟁과 두려움의 상관관계를 지적했다. 이처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쟁에서는 병사들의 사기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주식 투자 또한 심리전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가 올라가는 초기 국면에는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다가 주가가 올라가며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 그때서야 주가가 영원히 그렇게 올라가리라는 환상을 품는다. 그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과열의 막바지 국면에 대거 달려들어 주가의 정점을 만든다. 반대로 주가가 정점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곧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주식을 잘 팔지 않는다. 그러다가 하락세가 가속화되며 투매 양상까지 나타나면 그때부터 주가가 하염없이 떨어지리라는 공포에 빠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한가에 사지 못해 안달하던 주식을 어느 순간 하한가에도 못 팔아서 난리를 피운다. 낙관론이 팽배할 때는 주식의 본질가치 이상으로 높이 형성된 ‘버블주가’에도 매수 주문이 쉽게 나오면서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는 본질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도 주식을 팔아버리고 싶어 한다. 겁에 질린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못 버티고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 결국 ‘주가의 바닥’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 무렵에는 조그만 악재가 나와도 침소봉대한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가 공포심 속에서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주식을 팔아치우고 속이 후련하다고 생각할 때가 주가의 바닥권인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공황심리가 일단 진정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한다.

과거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 층이 두껍지 않던 시절에는 황당한 악성 루머들이 판을 쳤고 그에 따른 주가의 왜곡 현상도 많았다. ‘큰손들이 주식시장에서 다 빠져나가고 필리핀 골프장에 모여 쉬고 있다’거나 ‘주식을 잘하는 모 증권사 임원이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갈 준비 중이다’라는 소문이 돌자 개인 투자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주식을 팔기도 했다.

1998년 전후의 외환위기 시절에는 주가뿐만 아니라 분당 등 신도시 아파트 가격 역시 크게 떨어졌다. 1990년대 초반 신도시 아파트가 한꺼번에 건설되면서 건축자재가 모자라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고 염분이 많은 바다 모래를 썼다는 등 부실공사 논란도 있었는데, ‘신도시를 건설한 책임자들이 부실공사 때문에 무더기로 해외로 이민을 갔다’ ‘불량 레미콘과 바다 모래를 많이 써 신도시 아파트들이 위험하다’라는 소문이 돌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것. 그러나 그 무렵이 아파트 가격의 최저점이었고 그 후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며 부동산 가격은 다시 크게 뛰었다. 신도시 아파트들이 말짱한 것은 물론이고 일부 신도시는 나중에 ‘버블 세븐’으로 지목될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다.

투자심리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또 암울한 상황은 새로운 극적 반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하는 것이 대자연의 법칙이고 그 법칙은 주식시장에서도 통한다. 악재가 노출되고 많은 투자자가 공포에 휩싸여 주식을 내던질 때 전문투자가들은 곧이어 나올 급반등세를 노리면서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급락세를 보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크게 안 내리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이며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명언을 남겼다. 주식 투자자들도 잘 새겨둬야 할 경구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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