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명쾌한 예언은 없다… 끝없는 수정이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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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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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현재 상황으로 예측하지 마라

학창시절 읽었던 만화책 중에 강철수 작가의 ‘내일 뉴스’라는 것이 있었다. 주인공이 어느 거지를 도와주고 얻은 고물 라디오에서는 놀랍게도 오늘 뉴스가 아닌 내일 뉴스가 나온다. 주인공은 내일 일어날 사건 사고 뉴스를 미리 듣고 그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증권업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끔 그 만화가 생각난다. 내일 뉴스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뉴스도 나올 것이고 내일의 주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J 폭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백 투 더 퓨처’ 2편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 한 악당이 수십 년간의 스포츠 경기 결과가 기록된 연감을 입수해서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그 악당은 스포츠 연감을 통해 결과를 훤히 알고 있는 경마와 스포츠 경기에 큰돈을 걸고 당연히 거액의 돈을 따서 억만장자가 된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치고 이 영화에서 미래의 경기 결과를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미래의 주가 시세를 알게 되는 공상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일 뉴스나 미래의 스포츠 연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의 그래프를 갖고 미래를 예측해 보려고 갖가지 연구를 한다. 다우 이론, 엘리어트 파동 이론, 그랜빌 분석, 일목균형표 등등 온갖 기술적 분석이 그런 노력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주가는 간혹 과거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과거와의 비교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경제나 주가의 큰 사이클은 반복되는 듯한 모습이 이따금 나타나기도 하지만 정확한 시점이나 짧은 패턴까지 닮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미리 알고 싶어 하지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거나 점을 쳐서 자신의 미래를 알고자 한다. 주식투자자들 또한 주가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터득한 주가예측 기법으로 주가를 전망하기도 하고 각 증권사에서 나온 새해 전망 리포트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주식시장 움직임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미래의 주가를 예측할 때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미래에 대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의 상황이 낙관적이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으면 미래의 주가도 당연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반대로 현재의 상황이 비관적이고 주가가 하락하고 있으면 미래에도 주식시장은 침체 국면에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식으로 주가를 예측하게 되면 주식 투자로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있을 때 주식을 매입하고, 바닥권에 있을 때 주식을 파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우리가 최소한 수개월 뒤, 길게는 수년 뒤의 주식시장을 바라보면서 투자를 한다고 할 경우 현재의 증시 여건이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상황이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는 때라면 주식시장에 관심이 있는 많은 투자자가 현금보다 주식 보유 비중을 훨씬 높일 것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몇 달 뒤에는 이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또 그 몇 달 뒤에는 실망 매물이나 투매 물량이 쏟아질 수도 있다. 반대로 현재의 상황이 투매가 나오면서 향후 전망이 암담한 때라면 많은 투자자가 주식을 상당 부분 정리했을 것이다. 그 후 이러한 극한 상황이 극복되고 나면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을 사기 시작할 것이고, 그 뒤에는 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기 위해 달려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미래학이라는 학문은 과거 또는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해 그 모델을 제공하고, 현재의 사회 속에서 미래사회를 시사하는 변화의 조짐을 찾아내고자 한다. 미래학자들은 ‘미래는 예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며, 다만 가능성 있는 여러 가지 미래 이미지를 그려보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좋은 미래를 찾아서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 가고자 한다.

미래사회 예측과 주가 예측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상황을 기반으로 해서 향후 전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미래 주식시장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장 전망도 중간 중간 수정된다. 주가를 예측할 때에는 현재의 변수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내다보되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상황 변화에 따라 수정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이 빗나갔을 때에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변화된 주식시장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새해부터는 현재 상황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자.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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