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株]같은 뿌리 다른 성장, 한샘vs 퍼시스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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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가구 업계 1위 한샘과 사무가구 업계 절대 강자 퍼시스는 한 뿌리에서 만들어진 기업으로 볼 수 있다. 한샘은 조창걸 회장이 1970년 설립했다. 반면 퍼시스는 1983년 만들어졌다. 당시 한샘에서 생산과장으로 일하던 손동창 현 퍼시스 회장이 한샘에 싱크대 상판을 만들어 납품하는 한샘공업을 창업했다. 이 회사가 현재 사무가구 시장을 리드하는 퍼시스의 모태다. 한샘 조 회장도 한샘공업 창업 때 자금을 대줘 현재 퍼시스의 2대 주주이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두 회사는 각각의 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해 주가 성적표는 큰 차이를 보였다.

강력한 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한 퍼시스는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반면 한샘은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한샘은 올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구업계 지존’ 자리를 놓고 벌이는 두 회사의 경쟁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 수익성이 두 회사의 주가 갈랐다

가구 업계를 제대로 알려면 ‘복제가구’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 부엌가구이든 사무가구이든 브랜드 가구업체의 최대 골칫거리는 바로 이 복제가구다.

한샘이나 퍼시스 같은 브랜드 업체가 새 디자인을 개발해 신제품을 내놓으면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똑같은 모양의 복제가구가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시장에 나도는 것.

두 회사는 복제가구에 맞서는 방법으로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퍼시스는 철저하게 높은 품질 위주의 고가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제품 기능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 어지간한 기술로는 복제가 어려운 제품을 만들었다.

물론 제품 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창업을 하거나 이사할 때 ‘이왕 새로 단장하는 거라면 좋은 제품을 쓰자’고 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이런 분위기 덕에 퍼시스의 고가 고품질 브랜드 전략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반면 한샘은 저가 복제가구에 맞불을 놓는 전략을 썼다.

가격을 뚝 떨어뜨린 중저가 제품으로 복제가구와 정면 대결을 벌였다. 그 덕에 한샘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마진을 낮게 잡아 수익성도 함께 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렀다. 100원어치의 제품을 팔면 채 2원도 남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한샘이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벌인 꾸준한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올해 초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 ‘키친바흐’가 회사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중저가 전략에서 벗어나 고가 제품 시장을 새롭게 두드린 이 제품은 참살이(웰빙) 열풍을 타고 성공 브랜드로 단번에 떠올랐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한샘과 퍼시스 1분기 실적 비교
한샘 퍼시스
1045억 원매출560억 원
24억 원영업이익107억 원
23억 원순이익93억 원
2.29%영업이익률19.2%
14.0배주가수익비율(PER)11.0배
키친바흐 등의 선전으로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8% 증가할 전망실적 포인트고품질 고마진 제품 전략으로 20%에 육박하는 높은 영업이익률 달성
자료 : 금융감독원, 삼성증권, 서울증권

○ 한샘, 이 점이 포인트 신제품 ‘키친바흐’의 선전과 구조조정의 성과 등으로 수익성이 좋아질 전망이다. 특히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부엌가구 분야와 인테리어 분야에서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500원.(서울증권 강희승 연구원)

○ 퍼시스, 이 점이 포인트 브랜드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인 사무가구 시장에서 퍼시스는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성장성이 큰 교육용 가구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만8200원.(삼성증권 황정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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